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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美자회사 '제니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구조조정 거쳐 기술 전문기업 도약..매년 로열티만 수백억

박창현 기자공개 2014-04-15 08:19:58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1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미국 자회사 '제니스(Zenith Electronics Corporation)'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했다. 고강도 구조조정 끝에 연구개발(R&D) 전문 회사로 재탄생한 제니스는 매년 수백 억 원의 특허료 수익을 내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전자 해외 계열사인 제니스는 지난해 1633억 원의 매출과 405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순이익률이 24.8%에 달한다. LG전자 전체 계열사 중 순이익 규모로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제니스 미운오리서 백조로

지금은 알짜 자회사로 거듭났지만 제니스는 LG전자의 심각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LG전자는 지난 1995년 5억 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디지털 TV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했다. 당시 이 거래는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사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 국경 간 거래)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기술력이 높은 미국 현지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1998년 외환위기 때 LG전자는 법원에 제니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제조 부문은 과감히 포기하고 연구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사업부 재편에 돌입했다.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멜로스파크 TV 공장을 필립스에 팔았고, 멕시코 현지 공장 4곳도 모두 처분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LG전자는 구조조정 비용과 자산 매각 처분 손실, 자산 평가 손실, 기타 무형 자산 손실 보전 등을 위해 4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LG전자가 제니스 회생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이유는 미국 디지털방송 원천기술(VSB, Vestigial Side Band)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강도 구조조정 결과, 제니스는 R&D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5년 이후 세계 디지털 TV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제니스도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제니스는 미국 디지털 방송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방송 규격을 채택하는 나라에서 디지털 TV를 파는 기업들은 무조건 제니스에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 TV 제조 업체가 제니스에 지불하는 특허료는 대당 3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원천 기술이 빛을 발하면서 2005년 적자를 벗어났고, 2006년부터는 매년 수 백억 원 규모의 특허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06년 200억 원, 2007년 600억 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 제니스는 지난해에도 900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제니스 연구소를 운영하며 추가적인 VSB 및 디지털 방송 표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와의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간 제니스 사업 재편에 집중했던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사업 측면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2012년만 하더라도 LG전자와 제니스는 내부 거래가 전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는 제니스와 339억 원 규모의 매출 거래를 텄다. 양사 모두 디지털 TV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호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신호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1995년 인수된 제니스는 사업 재편 과정을 거쳐 현재의 기술 전문 계열사가 됐다"며 "수년 전부터 디지털 방송 원천 기술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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