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패키지 매각 실패, 산은 책임 정말 없나 [동부그룹 구조조정]'발전소+철강' 딜구조, 단독입찰도 직접 구상..동부그룹만 '울상'
김장환 기자공개 2014-06-26 15:35:38
이 기사는 2014년 06월 26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그룹의 동부인천스틸 및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산업은행이 주목받고 있다. 동부그룹의 공개입찰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을 통해 포스코 단독으로 딜(Deal)을 진행한 상황에서 인수전이 최종 무산됐기 때문이다.포스코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동부패키지 인수를 최종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안받은 동부패키지 인수를 서류 검토 및 현장실사를 거친 결과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향후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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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패키지 인수 포기로 동부그룹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내놓은 3조 원대 자구안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매각이 무산된 탓에 채권단과 자율협약(공동관리) 혹은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맺어야 할 기로에 놓였다. 최종 합의를 거쳐 늦어도 다음주 말까지는 방안을 확정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뒤로하고 산업은행은 동부패키지를 포스코 단독 입찰로 진행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표하고 나섰다. 포스코가 공식 포기를 밝힌 24일 같은 날 동시에 '패키지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수의향자가 없었으며 △인천스틸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패키지를 결정했고 △경쟁입찰 방식은 시간 소요가 길다는 문제 때문에 포스코 단독으로 딜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에 단독 입찰권을 준 것 자체가 매각 대상자가 없었다기 보다 산업은행의 고집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포스코의 태도가 미온적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 4월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에 동부패키지의 '공개입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동시에 "동부그룹이 자구계획 이행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압박까지 하고 나섰다.
우선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이 지난해 3조 원대 자구안을 내놓은 직후 "직접 매각 대상자를 물색해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인수합병(M&A) 자문사를 선정해 원매자 물색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중국 바오산철강, 대만 업체 등 외국계 철강사들 일부가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올해 초 갑작스럽게 동부그룹에 포스코 단독 입찰 매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부발전당진까지 묶어 패키지로 딜을 진행하자며 구조까지 직접 짰다. 산업은행이 일부 지분을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을 포스코에 파는 방안이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13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인천공장의 매각 주체이자 자문사인 우리쪽에 직·간접적 인수의향 타진 기관은 전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사 진행 과정에서도 동부그룹이 인수의향자로 내세운 중국 등 철강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이 지정한 업체에 데이터룸(Data Room)을 개방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4월 8일 포스코 실사가 개시된 이후 약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중국철강업체가 데이터룸을 개방했음에도 실사에 미참여했다"며 "(동부 측 주장과 달리) 시장 태핑(수요조사) 결과 잠재매수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포스코에 배타적우선협상권을 이미 쥐어준 상황에서 과연 들어오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곳이 어디가 있겠느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존 인수 의향이 있었던 곳들이 중국, 대만 등 해외업체들이었다는 점을 놓고 봐도 공개입찰이 아닌 상황에 굳이 뛰어들겠다는 판단을 내릴 여지는 적었다. 자문사 자체가 입찰 가격 경쟁력보다 자국 기업이란 점에 '우위'를 두고 있는 와중에 굳이 '들러리' 격으로 들어올 리가 있었겠느냐는 해석이다.
발전사업(동부발전당진)과 철강공장(동부인천스틸)을 묶은 '패키지' 구조 자체도 포스코에 초점을 둔 매물이란 인식을 강하게 심어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 IB 업계에서는 패키지가 매물로서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철강업과 발전업, 양쪽 사업에 모두 주력하고 있는 포스코가 아닌 이상 이를 한꺼번에 사갈만한 기업을 찾기는 국내외 통틀어 전무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인천공장의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인수가치가 높은 당진발전과 패키지 매수 방안이 필요했다"며 "동종사업을 영위하고 발전사업에도 관심 있는 투자자 유치가 필요했고 포스코가 고려 가능한 잠재적 매수자여서 검토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포스코에 초점을 맞춘 딜 구조였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고심 끝에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인수 검토 철회에 결정적이었던 요인은 '패키지'였다. 24일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오준 회장은 "별도로 매물이 나왔다면 (결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새롭게 딜이 진행되면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별도의 매물로 나왔더라면 인천공장은 아니더라도 발전당진은 인수할 수 있었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이번 패키지 매각은 순전히 산업은행의 주장으로 진행된 딜 구조다. 동부그룹은 '별도매각'을 주장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동부그룹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기로에 놓이는 최악의 상황에 쳐했다. 공개입찰 방식에 별도로 매각을 진행했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구안을 시작해왔다는 점에서 벌서 6개월이 넘게 딜을 질질 끌어오기만 했다"며 "만약 애초에 공개입찰로 별도 매각을 진행했다면 딜이 상당수 진척됐을 시점이고, 동부그룹도 일부 유동성을 확보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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