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험 ELS 허가..파생상품 정책 바뀌나 권오상 국장 영입 후 변화…변동성 높은 ELS 공모 허가 속속
이상균 기자공개 2014-07-03 12:03: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30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기초자산을 설정한 주가연계증권(ELS) 출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금융감독원이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상승과 하락 폭이 기존 지수에 비해 높은 레버리지 지수 ELS의 공모 발행을 허가한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을 맡고 있는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 국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이후 나타난 변화다.동부증권은 지난해 12월 KOSPI200 레버리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공모 발행을 위해 금감원과 협의에 들어갔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 하락으로 ELS 쿠폰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레버리지 지수에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KOSPI200 레버리지 ELS는 기초자산을 단 한 개만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쿠폰수익률이 연 7~8%대에 달한다. 같은 구조의 스텝다운형 ELS가 이 정도 쿠폰수익률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을 최소 2개 이상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난색을 표했다. KOSPI200 레버리지의 상승과 하락 폭이 KOSPI200에 비해 2배 높아 리스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조기상환 기회 충족이 어려워지거나 녹인(원금손실발생 기준가격)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고심 끝에 KOSPI200 레버리지 ELS에 녹인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월에 공모 발행을 허가했다. 일반적인 ELS가 허가를 받는 데 길어야 1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후 동부증권은 후속성격의 상품을 또 다시 내놓았다. EURO STOXX50 레버리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를 사모로 발행한 것이다. 4월부터는 금감원에 공모발행 신청서를 접수했다. EURO STOXX50 레버리지는 KOSPI200 레버리지보다도 변동성이 높은 지수다. 자연히 리스크도 올라간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신상품인 셈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EURO STOXX50 레버리지 ELS의 공모 발행을 3주 만에 허가한 것이다. 이 같은 금감원의 변화는 4월 중순 권오상 복합금융감독국 국장이 영입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권 국장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최 원장이 권 국장의 저서 '파생금융 사용설명서(2013년 11월)'를 읽은 뒤 세 차례나 직접 만나 금감원 행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그동안 복합금융감독국에서 올라오는 파생상품 관련 보고서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권 국장의 영입은 금감원 안팎에서도 화제를 몰고 왔다. 권 국장은 1969년 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는 올해 46세다. 금감원에서 수석검사역이나 초임 팀장의 나이가 40대 중반인 것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력도 특이하다. 권 국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기계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도 금융회사가 아닌 삼성SDS와 기아자동차 등에서 각각 수석보와 주임연구원을 지냈다.
권 국장은 "수학과 음악을 좋아해 음향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계공학을 전공하게 됐다"며 "금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박사 과정 2년차 때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부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적 관점에서 기계공학과 금융공학은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며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덕분에 금융공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국장은 프랑스 인사이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국제 재무위험관리사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 홍콩지점과 서울지점 상무, 영국 바클레이스캐피탈 런던지점과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도 근무했다.
금감원이 EURO STOXX50 레버리지 ELS를 허가한 것은 비슷한 상품인 KOSPI200 레버리지 ELS가 공모 시장에 선을 보여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KOSPI200 레버리지 ELS는 발행 이후 1차 조기상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KOSPI200 레버리지와 EURO STOXX 레버리지 ELS는 공모발행의 경우 모두 녹인(원금손실발생 기준가격)을 설정하지 않는다. 금감원과 동부증권의 합의 사항이다. 기초자산의 투자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ELS의 만기 이전까지는 주가가 50% 이하로 떨어져도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권 국장은 "금융상품의 리스크 확률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는 발행사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투자자 중에서는 어느 정도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감내해서라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투자자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다양한 투자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