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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NICE,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뒷북 평정' 논란 [바젤III & 평가방법론 이슈]④유사한 자본전환 요건에도 2년 넘게 등급 유지…투자자만 피해

민경문 기자공개 2014-07-21 06:50: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6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을 뒤늦게 떨어뜨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바젤II 체제에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이지만 사실상 바젤III에 준하는 자본 전환 요건이 포함돼 있어 처음부터 등급을 낮췄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발행사의 입장만 고려한 채 투자자 피해는 신경 쓰지 않은 '뒷북 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발행한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의 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NICE신용평가 역시 지난 4일 신한금융 및 하나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등급을 AA-로 떨어뜨렸다. 바젤III 이후 평가방법론을 새로 정립한 데 따른 전격적인 등급 강등이었다.

이들 금융지주는 지난 2011~2012년 2회에 걸쳐 각각 4000억~6000억 원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 정도로 여타 은행지주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기본자본(Tier 1) 확충이 주된 목적이었다. 차이는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요구나 명령 또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자본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바젤II 체제에서 발행된 후순위증권이지만 은행 손실에 따른 정부 지원 대신 투자자 부담을 늘린 바젤III의 요건을 미리 집어넣은 형태였다. 이 때문에 여타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바젤III 이후 단계적 자본 차감이 이뤄지지만 금융지주 3곳은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투자자는 정부 지원에 앞서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다.

당시 신용평가사 3곳은 이 같은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여타 동급의 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과 마찬가지로 AA0등급을 부여했다. 당시 보고서는 해당 금융지주사들이 AAA급 회사로서 우량한 수익성과 사업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후순위채(AA+) 대비 채무상환의 후순위성을 고려해 이보다 한 노치 낮은 AA0로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바젤III가 지난해 말 시행됐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던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올해 7월에 와서야 이들의 신용등급을 한 노치씩 떨어뜨렸다. 그전까지 평가방법론조차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최근 JB금융지주가 바젤III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발행하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의 등급을 요청하면서 부랴부랴 정비에 나선 것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발행된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평가방법론을 새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바꿔버리면 누가 신용평가사들을 신뢰하겠는가"라며 "결국 이 같은 '뒷북 평정'의 피해자는 AA0가 끝까지 유지될 것으로 믿은 투자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젤III 이전 은행권에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자본 전환 요건이 포함된 것은 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한 6개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모두 바젤II 조건에 최적화된 신종자본증권이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이들과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같은 리스크 요인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할 신용평가사들이 자본 전환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당시 보고서에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전환 위험성을 경고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었다. 신용등급 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기재하며 사실상 여타 신종자본증권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당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등급 평정 과정에서 트리거(trigger) 요인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바젤II 하에서 굳이 신용등급 하락을 원치 않았던 금융지주사의 압박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금융당국의 특별검사 이후 공세적인 평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부 과대평가된 등급을 뒤늦게 조정하는 수순을 밟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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