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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미국사업 '철수' 수순밟나 [유통家 해외사업 명암]2011년 풀무원USA 소유구조 변경 후 내리막.."버티기 어렵다" 분석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4-07-18 08:37:57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7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는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사업철수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한솔그룹의 사례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한솔제지는 건설업 철수를 결정하기 전인 2009년 자회사 한솔건설 지분을 한솔EME에 넘기는 거래를 단행한 적이 있다. 한솔건설은 거래 결과 한솔제지의 자회사에서 한솔제지의 증손회사로 지배구조상 위치가 바뀌었는데, 약 2년이 지나 이 거래의 뚜렷한 목적이 드러났다. 한솔제지의 출자 부담을 없애는 동시에 한솔건설을 그룹 사업포트폴리오에서 떼어내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부터 출자 단계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매각되거나 또는 청산되는 기업은 한솔건설 뿐 아니다.

풀무원그룹의 미국 법인 '풀무원USA'는 2011년 9월 한차례 대주주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 대주주인 풀무원홀딩스가 지분 전량(100%)을 자회사 풀무원식품에 매각했다. 거래 결과 풀무원USA는 풀무원홀딩스의 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지배구조상 위치를 바꾼다. 풀무원USA 입장에서는 풀무원홀딩스와 출자 단계가 한 단계 더 멀어지게 됐다.

풀무원미국법인 지배구조 변화 과정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 거래의 의미는 "식품 사업의 경영 효율성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거래 당시만해도 단순 지배구조 변화 차원일 뿐이라는 해석이 주류였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최근 당시 거래가 철수 수순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치 풀무원USA의 미래를 예측하고 풀무원홀딩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차원에서 자회사로 매각했다는 식의 해석이다.

풀무원미국법인 실적 추이
우선 실적은 처참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풀무원USA는 2010년 기준 1594억 원의 매출액과 6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대주주가 바뀐 이듬해 2012년 매출액은 1342억 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40억 원에 달했다. 그리고 작년 매출액은 1156억 원으로 더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311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배구조도 과거보다 더 단순화됐다. 풀무원USA는 2012년 두 자회사(풀무원 와일드우드,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를 합병(풀무원푸드USA) 시킨다. 2010년까지만 해도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를 인수하면서 확장 전략을 펴던 풀무원USA다. 거래결과 풀무원그룹의 미국 사업체는 '풀무원식품→풀무원USA→풀무원푸드USA→몬터레이 파스타 디벨로프먼트 컴퍼니)' 식으로 단순 수직화됐다.

이런 구조는 자회사를 떼어내기 매우 용이한 구조라는 게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요즘 풀무원그룹의 미국 사업을 향한 시장의 평가는 180도 다르다. 2010년만 해도 장미빛 전망이 주류였으나 최근엔 "실패했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턴 다운(Turn Down) 기점은 2011년 풀무원USA의 지배구조를 바꿨던 때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풀무원그룹이 미국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풀무원홀딩스가 풀무원USA의 실적 악화를 예상했던 것이라면 미국 법인의 손실을 자회사로 떠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풀무원그룹의 해외 진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출자를 계속해 왔다는 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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