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서막에 불과 [정기 신용평가 리뷰] ⑦한기평, 9개사 신용도 조정 주도…한신평·NICE, 아웃룩 조정만 적극 활용
황철 기자공개 2014-07-22 10:17: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8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도 건설사의 신용도의 무더기 하락이 이어졌다. 대우건설·롯데건설·KCC건설·두산건설 등 6개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대림산업·한화건설·계룡건설산업은 등급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 평정에서도 거의 모든 신용도 하락을 주도하며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부정적' 전망을 활용하는 선에서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등급 하향에 지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이나 아웃룩(Outlook)의 변화가 없는 건설사에도 재무 트리거(Trigger)를 제시하는 등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했다. 이번 건설업계 신용등급 조정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 대우·롯데·KCC·두산건설 등 대기업 계열 신용등급 강등
4월부터 시작한 건설사 신용등급 조정은 올해 정기 평정의 실질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4월 중순 건설업계 정기 평가를 마무리했다. NICE신용평가만 통상적인 관례대로 6월 들어 정기 평정을 마쳤다.
건설업계에 대한 조기 평가는 잇따른 국내외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 발표 등 신용 이슈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수익성 지표 역시 최근 5년 내 가장 저조한 수준에 이르러 산업위험을 최대한 빨리 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손상각이나 원가율 반영 등 기업의 자체 판단에 따른 재무 상의 변화가 많다는 점도 조기 평정을 이끌었다. 이를 건설업 전반적인 평가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방안을 신속하게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그 결과 건설업은 올해 정기 평가에서도 국내 산업군 중 가장 많은 신용등급 하향 기업을 양산하게 됐다. 대우건설, 롯데건설, KCC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신용등급 강등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건설,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신용위험이 크게 부각한 중견사의 등급 하락도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한국기업평가를 시작으로 3사로부터 기존 A+에서 A0로 강등 통보를 받았다. 국내 시공능력 3위 건설사(2013년 기준)로서 최상위 등급 기업인 현대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에 비해 두 노치나 낮은 신용도를 나타내게 됐다.
해외사업장의 원가율 상승과 대손상각비 부담, 충당부채 전입 등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적자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지난 1월 부정적 와치 리스트에만 등재했다가 뒤늦게 신용등급 하향 결정을 내렸다.
|
롯데건설 역시 한기평의 선제적인 결정으로 A0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한신평이 유일하게 A+ 유지방침에 '부정적' 전망만 달아 유효등급 방어의 가능성을 남겼지만 무산됐다. NICE신용평가가 장고 끝에 신용등급 하향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건설업계에서 A+ 기업으로는 지난해 AA급을 반납했던 GS건설만 남게 됐다.
KCC건설도 한기평의 엄격한 잣대를 피하지 못했다. 이후 한국기업평가는 4월17일 KCC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떨어뜨렸다. 이로써 KCC건설은 현 시점에서 유일한 A- 건설사가 됐다. 국내외 사업장의 원가율 상승에 따른 손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반면 한신평은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아웃룩도 '안정적'을 고수했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효과에 집중한 것.
NICE신용평가는 최근 KCC건설의 단돈 1억원짜리 사모사채에 A0 등급을 부여해 한신평과 의견을 함께 했다. 지난 4월7일 평가업계에서 가장 먼저 KCC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낮추는 강경한 태도에서 180도 돌아선 것. 일각에서 이번 사모채 평정과 관련해 '등급 쇼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기업평가는 산업·계열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두산건설,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도 가장 먼저 낮추는 등 건설업에 있어 더욱 보수적인 평정 태도를 드러냈다.
◇ 대림산업·한화건설, 신용등급 지킬 수 있을까
건설업계 최고 신용등급인 AA-를 반납할 위기에 처했던 대림산업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행히 평가 3사 모두 '부정적' 전망을 붙이는 선에서 일단락 했다. 대규모 해외사업 부실을 감당할 만한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간 보수적 재무전략으로 시장에 신뢰를 심어준 것도 신용등급 유지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 해외 손실 사업장의 경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추가 부실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2011~2013년 수주한 타 해외사업장의 손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국내 건설 부문에서도 공사미수금 회수가 미진해 운전자본 부담과 추가 충당금 설정에 따른 손실의 여지가 남아 있다. '부정적' 전망이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이르면 상반기나 올해 연말 실적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한화건설 역시 당장의 신용등급 하락은 막았다. 그러나 중단기적 하향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한기평은 신용등급과 전망을 조정하지 않은 타 평가사와 달리 A0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였다. 또 EBIT/금융비용 1.5배와 차입금 감축 여부를 재무 트리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한화건설의 EBIT/금융비용은 0.4배에 불과하다. 이미 한기평이 제시한 재무지표에 턱없이 모자란다. 2010년 1.4배, 2011년 1배, 2012년 1.3배로 수년간 한번도 이를 맞추지 못했다. 사실상 신용등급 하락을 유예해준 인상이 강하다. 주택사업 중심의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차입금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 지표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기평은 계룡건설산업의 신용등급(BBB+)에도 나홀로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수익성 저하와 운전자본 부담 증가에 따른 차입 확대의 위험성을 높게 봤다.
◇ 건설사 신용등급도 평가사별 온도차 '뚜렷'
이번 건설사 정기 평가에서도 3대 신평사의 엇갈린 평정 태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한기평은 대우·롯데건설 등 6개 건설사의 신용등급 강등과 대림산업·한화건설 등 3개사 '부정적' 전망 부여에 모두 관여했다.
NICE신평은 한기평과 시차를 두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등급을 하향하는 데 그쳤다. 한신평은 대우건설 외에는 등급 하향 사례가 없었다. NICE신평과 한신평 모두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부정적' 전망을 적극 활용하는 선에서 절충선을 찾았다. 한신평의 경우 '안정적' 기업에도 재무 트리거를 제시하는 등 온건했던 액션과는 달리 산업위험에 대한 경고음만은 높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