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담합, ‘리니언시' 유출 논란 자진신고 건설사 명단 돌아…업계 "의리 저버렸다" 비난
길진홍 기자공개 2014-07-29 09:00:32
이 기사는 2014년 07월 28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에 담합한 건설사들에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업체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 2조 4898억 원, 대안 3개 공구 및 차량기지 공사 1조 1082억 원 등 모두 3조 5980억 원에 달하는 입찰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고 밝혔다.
입찰담합에 참여한 건설사는 모두 28곳이다. 공사에 참여한 대부분 건설사가 모두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에 모두 435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담합을 주도한 대형건설사 7곳과 담당임원 7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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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담합으로 4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건 처음이다. 22조 원 이상이 투입된 4대강 공사의 경우 담합 과징금이 1115억 원에 그쳤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의 경우 과징금이 1322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과징금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은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leniency) 덕분이다. 리니언시는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하고, 관련 증거 자료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호남고속철도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일부가 담합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모두 넘기면서 대부분이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
문제는 자진 신고한 업체 명단이 외부로 유출된 점이다.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밝힌 과징금 규모와 다른 실제 과징금 내역이 퍼지면서 리니언시 혜택을 입은 업체들이 드러났다.
해당 건설사는 그룹계열사 두 곳이다. 한 곳은 최저가공사와 턴키공사 과징금 전액을 감면 받았다. 다른 업체는 2순위 자격으로 턴키공사 과징금의 절반인 100억 원가량을 면제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찰 담합에 동참한 건설사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담합이 설계보다는 가격 경합을 펼치는 최저가낙찰제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다.
A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담합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공사를 따낼 수도 있었다"며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턴키 공사의 경우 담합을 하더라도 설계 점수에서 순위가 갈린다"며 "입찰 가격만으로 낙찰자가 정해지는 최저가공사 담합을 자진 신고한 일은 의리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리니언시 혜택을 입은 건설사는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리니언시는 비밀 보호를 전제로 이뤄지는 제도로 사실 관계 확인이 불가능하며, 알아도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자진 신고한 기업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앞으로 누가 리니언시를 활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턴키공사 과징금을 감면 받은 것으로 알려진 건설사는 "내부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호남고속철도 리니언시를 두고 잡음이 불거지면서 공정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연루된 업체들 사이에 일부 정보가 새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입찰담합 조사에서 업체들이 의리를 지켰다"며 "업황 부진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니언시에 나서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금명간 담함 관련 의결서를 각 업체에 통지할 예정이다. 의결서가 나가면 건설사들은 이의신청 절차와 무관하게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우선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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