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31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에서 쌓은 오랜 업력과 노하우를 가진 A건설사. 최근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나섰지만 발주처로부터 다소 황당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법을 어긴 부도덕한 업체와는 계약을 할 수 없으니 입찰 전 소명 자료부터 제출하란 요구였다.

국내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입찰담합 불똥이 해외사업으로 튀고 있다. 해외 발주처들로부터 '부도덕한 업체'로 도매금 취급을 당하는 양상이다. 한 치 앞은 더욱 불안하고 암울하다. 주요 건설사 및 임원 형사처벌, 입찰참가제한에 손해배상 등 이중삼중 처벌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과징금 부과 등 과잉 규제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담합 건설사에 대한 중첩적 규제가 헌법이 보장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따르고 있다.

◇ 건설사, 과징금 폭탄에 입찰제한·손해배상 등 다중 규제 적용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사업부터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이르기 까지 총 1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건설사들에 부과했다. 공정위는 주요 건설사 15곳과 7개사 담당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추후 해당 건설사들은 발주처로부터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공공공사 입찰제한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주처의 손해배상청구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또 조달청으로부터는 PQ 신인도 평가 감점 조치가 내려진다. 사실상 각종 법령에 근거해 병렬적이면서 중첩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법령을 기준으로 내려지는 무차별적 규제는 결국 건설사들을 절벽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며 "특히 전체 매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사업에 있어 대외 신인도 하락은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당국의 무차별 규제는 겉만 봐서는 문제가 없다. 우선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1조와 제22조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과 국가계약법시행령은 형사처벌과 입찰참가제한 등의 제재를 뒷받침한다.


◇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 다중 규제 실효성 '의문'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같은 올가미 식 다중 규제가 헌법이 보장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사 입찰담합 관련 제재 조치와 소송 등은 공정위와 검찰, 발주처, 조달청 등으로 중첩돼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이은 연쇄 처벌이 가능한 배경이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설사입찰담합에 대한 규제는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 위반 여지가 있다"며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와 손해배상책임 관계 등에서의 합리적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발주처의 손해배상이 겹치고, 국가계약법과 공정거래법의 규범 목적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특히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하겠다는 과징금 부과 자체가 손해배상액 상당수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올가미같은 다중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담합 행위 유발의 원인은 무시한 채 자행되는 건설사 목조르기는 '도마뱀 꼬리자르기'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를 건설사로만 돌리는 것은 결국 또다른 형태의 불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중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입찰참가제한 규제는 해외에서 경쟁업체들이 국내 건설사의 수주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일본, 중국 등의 경쟁 국가의 건설사들은 이 같은 국내 건설사의 상황을 악용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수 명지대 법대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건설경영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입찰담합 위반행위 제재의 내용 및 개선 필요성' 이란 보고서를 통해 "제재의 실효성은 그 목적이 제재를 통해 실현가능한 지, 피규제자가 적법한 행위로 나아갈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지의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