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3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건설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잇따른 공공공사 입찰 담합 혐의를 받으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과징금과 더불어 국민의 혈세로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려는 비윤리적 집단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그러나 공공공사 입찰제도인 최저가낙찰제, 실적공사비제도 등이 담합을 부추긴다는 구조적 문제가 부각돼 단순히 건설업계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잇따른 공공공사 담합 협의에 대해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건설업계의 항변이 핑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입찰제도 탓에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수행하는 일도 잦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불이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공공사 입찰 담합은 만연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권 내에서 공공공사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건설사가 절반에 달할 정도니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도 일리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찰제도의 도입 취지도 퇴색됐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입찰제도의 이론적인 근간은 기술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있는 업체를 선정하고 적정한 공사가격을 책정하는데 있다"며 "그러나 최근 입찰제도는 이러한 취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건설업계에 만연한 담합이 구조적인 문제가 맞다면 공공공사 발주시 적정공사비를 책정하는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적정가격 산정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기준을 마련하는 등 방법을 찾으면 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완전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담합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은 내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아래에서 제값을 치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게 문제다. 건설업계는 적정가격 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주처인 주무관청이 적정가격을 책정하는데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감안한 적정 공사원가를 책정했다고 하더라도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제도 등 기존 입찰제도에 근거해 공사비 책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이 감사원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와 뒷거래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나서지 않는게 상책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공사 담합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어제 오늘 논의된 일도 아닌데 여전히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여건은 미흡한게 사실이다. 정부의 개선의지가 부족하다고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니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오해를 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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