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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공사비의 함정' 누가 먼저 가격에 손댔나 [담합 그리고 건설사의 눈물]③정상 계약단가 훼손 부작용…'경쟁'보다 '출혈' 부추겨

이효범 기자공개 2014-08-06 11:16:03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 턴키 공사를 비롯한 대형 국책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과징금 폭탄을 맞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담합 배경과 입찰제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1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담합의 사전적 의미는 경쟁 입찰에서 응찰자가 서로 의논해 미리 가격이나 낙찰자 따위를 정하는 일을 일컫는다. 담합을 통해 가격 조장을 하면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해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 당연히 법은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도 가격에 손을 댔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정부 대형공사 입찰에서 들러리를 세우고, 입찰가격을 미리 정해 낙찰가를 조장했다. 낙찰가율이 시장 평균을 웃돌면서 부당 이득이 건설사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었다.

결국엔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건설산업의 입찰 담합(bid-rigging)은 경성 카르텔(hardcore cartel)의 일종으로 강력한 규제와 제재를 수반한다. 공정거래법 및 형사법 등의 적용대상이 된다. 발주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입찰자격 제한 등의 규제도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가 된 가격 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입찰 초기 단계부터 구조적으로 가격(예정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공사 입낙찰방법별 발주비중

◇실적공사비, 10년간 2.4% 상승 그쳐…폐지 법안 국회 계류

국내 관급공사 입찰은 최저가, 적격심사, 턴키·대안공사, 적격심사, 수의계약 등 4가지로 나눈다. 경쟁 입찰로 행해지는 정부 발주 공사의 거의 모든 원가 산정에 실적공사비가 적용된다.

실적공사비제도는 과거 낙찰된 계약금액 자료를 근거로 공사의 세부공종별 산출가격을 산정해 예정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원가 산출 과정을 간소화하고 시장가격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최초 도입된 제도다. 발주처인 정부는 공사비 과다 산정을 막아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가격 경쟁 중심의 국내 건설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저가낙찰률이 반영된 계약단가가 반복적으로 예정단가에 활용되면 발주가 거듭될수록 공사원가가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100원에 발주한 공사가 80원에 계약됐다면 이듬해 80원이 예정가격이 된다. 그해 계약단가가 예정가격의 80%에 매겨지면 이게 기준이 되므로 예정가는 64원으로 떨어진다. 결국엔 정부 발주 공공공사 예정가격이 자재비 등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제도적인 보완 장치가 일부 추가됐지만, 실적공사비의 하락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공공공사 입찰방식별 낙찰률 추이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지난 10년간 공사비지수와 노무비지수가 각각 64%, 56% 올랐다.

반면 실적공사비는 2.3% 오르는데 그쳤다. 실적공사비가 실질적인 물가상승률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시장에서 자율경쟁을 유도할 '가격'이 훼손된 셈이다. 건설사들은 불합리한 예정가격 산정 시스템 자체에 이미 '가격 담합'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한다. 예산절감 명목 등의 이유로 발주처인 정부로부터 가격이 훼손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실적공사비를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평균투찰가격에 대한 저가심의선을 끌어올리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적공사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국회의원은 공공입찰에서 예정가격 산정 때 실적공사비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초 의원발의했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윈회와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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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사제, 기대 못 미쳐…공사비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가격훼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된 종합심사제도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합심사제는 가격점수의 비중을 줄인 대신 공사수행능력점수와 사회적 책임 점수를 낙찰자 선정기준에 포함해 가격산정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첫 종합심사제 사업인 '수원호매실 B8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가격개찰을 진행한 결과 기존 입찰제도의 폐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총 53개 건설사가 참여한 이번 입찰의 평균 투찰률은 최저가낙찰제의 평균 낙찰률과 비슷한 73% 수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는 "종합심사제가 최저가낙찰제와 달리 공사수행능력과 사회적 책임 등도 복합적으로 평가하지만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날 것 같진 않다"며 "다른 평가요소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는다면 여전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변별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제도의 보완에 그칠게 아니라 공사비 산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제3의 전문기관(가칭 건설원가센터)' 설립과 '원가관리사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투명한 공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적정한 공사비 책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며 "제값에 공사를 실시해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등 실적공사비제도로 인한 폐해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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