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는 관급공사…곳곳서 소송 잡음까지 [담합 그리고 건설사의 눈물]④'적자' 수주기피 심화...국책공사 차질, '안전·품질' 우려도 심각
길진홍 기자공개 2014-08-07 08:53:15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 턴키 공사를 비롯한 대형 국책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과징금 폭탄을 맞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담합 배경과 입찰제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4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척박한 관급공사 발주 환경은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공사 손실이 누적되고 '담합'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쓰면서 정부 공사에 등을 돌리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돈도 안 되고, 위험 부담이 큰 공공공사를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관급공사 수주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상반기 공공부문 수주를 아예 접었다.
1군 건설사들이 이처럼 관급공사에서 손을 떼면서 대형 국책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정부 기관들이 임시방편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응찰을 유도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사 예산으로 건설사들을 끌어들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형 국책공사 줄줄이 유찰...임시방편 수의계약 전환
지난 29일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절철 2공구 건설공사 입찰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번이 두 번째 유찰이다. 지난 6월에는 NH개발의 충북통합본부와 전북통합본주 신축공사 입찰이 응찰자를 채우지 못해 유찰됐다. 같은 달 정부청사관리소의 정부통합전산센터 공사는 입찰 마감을 앞두고 유찰이 확정됐다.
대형 관급공사가 유찰된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가 턴키로 발주한 하남선(상일~검단) 2공구 복선전철 건설공사는 두 차례 유찰됐다. 지난해 9월 발주된 부산도시철도(사상∼하단선) 1공구 건설공사는 현재 세 번 유찰된 후 아직 낙찰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의 EBS디지털통합사옥 건립공사의 경우 올 초 유찰 끝에 이달 초 간신히 낙찰자를 찾았다.
한마디로 시공사 대란이다. 건설사를 찾지 못한 정부기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뒤늦게 입찰방식을 수의계약 형태로 바꿨다. 인천국제공항 3단계 공사의 핵심인 제2여객터미널 골조 및 외장 공사는 유찰이 잇따르자 수의계약 방식으로 간신히 시공사를 찾았다. 올 초 LH공사가 진행한 서울가좌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 입찰은 응찰자가 한곳만 나타나자 결국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정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적자가 불가피한 입찰제도 내에서 발주가 잇따르면서 장기 공공공사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도 예정가격이 직접공사비보다 낮게 책정된 정부 발주 공사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로서는 괜히 입찰에 나섰다가 초기 비용만 날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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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공사비 미지급 횡포 여전...분쟁 심화
공사 진행 도중 발주처인 정부 기관들의 횡포도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연장되거나 설계변경이 이뤄진 경우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생변수로 공사를 수행할 수 없는 휴지기(혹한기, 혹서기, 우기 등 공사 중지기간) 등을 과도하게 길게 설정하는 식의 편법으로 시공사에 비용을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A고속국도현장에서 통상적인 휴지기간 60일을 대폭 초과하는 특약(270일)을 설정하고, 간접비를 모두 시공사에 전가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B댐 장기계속공사에서 각 차수계약 간격을 과도하게 길게 설정해 연장 공기가 전체 계약일수의 절반에 달하는 데도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발주처인 서울시와 인천시를 상대로 간접비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시를 상대로 1심에서 승소했으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항소심을 포기하고 공사비를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설계변경이 이뤄진 경우는 공사비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내부지침을 통해 국가계약법령상 적용되는 규정과 달리, 협의 단가 적용대상을 축소해 운용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저가에 수주 공사인 경우 과거에는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 부족분을 채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불합리한 공사 관행으로 안전과 품질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하도급자와 근로자에 적정한 대가가 지급될 통로가 차단되면서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종 경험이 풍부한 1군 건설사의 이탈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가중 시킬 전망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적정공사비 지급을 통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며 "정부 기관들이 추가 비용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해 운영하는 부당한 특약과 불공정한 내부 규정 등을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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