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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활성화' 엇박자내는 공정위 [담합 그리고 건설사의 눈물]⑤과징금 1조 폭탄, SOC 등 대형공사 차질...내수 활성화에 찬물

이효범 기자공개 2014-08-08 09:35:45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 턴키 공사를 비롯한 대형 국책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과징금 폭탄을 맞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담합 배경과 입찰제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5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40조 원의 재정을 투입키로 하고 경기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경제팀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등을 담은 부동산정책을 내놓으면서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공공부문 투자 확대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잇따른 건설사 담합 제재는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잇따른 담합 조치로 대규모 국책 공사를 비롯한 해외 사업 수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공공부문 사업을 접다시피 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 대한 무더기 담합 제재로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 제재' 건설투자 심리 위축...업계 이중규제로 신음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3.2p 상승한 77.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이번 달 경기가 전월에 비해 좋아졌는가'를 물어 ‘좋아졌다'고 응답한 기업과 ‘나빠졌다'는 업체의 수가 같으면 기준점인 100을 나타낸다.

7월 경기실사지수는 기준점인 10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82.5를 찍었던 지난 2009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건설업계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건설사 담합 제재는 되살아난 건설 투자심리를 다시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이후 건설업계에 모두 92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올해 부과된 과징금만 7592억 원에 달한다. 최근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에 참여한 건설사에게 내려진 과징금은 4335억 원으로 건설업계에 부과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가로 조사 중인 4대강 2차 턴키공사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주배관 공사 담합 결과가 나오면 건설업계 과징금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은 2014년 예상순이익의 30% 이상이 과징금의 영향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의 다른 업체도 과징금 탓에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건설사 예상순이익 대비 과징금 현황

일부는 과징금보다 향후 건설사에게 이어질 중복제재가 건설업을 위협하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발주기관의 소송과 더불어 국내외 공사에 대한 입찰제한 등의 후속제재가 이어질 경우 일감 확보에 차질이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과징금보다 더 큰 문제는 담합 혐의로 인해 국내외 공사수주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라며 "담합으로 인한 소송문제에 휘말리거나 국내외 발주처의 입찰참가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경우 건설업계의 일감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과징금 폭탄, 곳곳서 한숨…정부 담합 유인 참작돼야

건설업계는 답답하다. 과거 공공공사 입찰 당시 정부기관이 담합을 유도해놓고선 이제 와서 과징금 폭탄만 때려댄다고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입찰 담합 문제가 불거진 대표적 사례인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09년 정부에서 대규모 공사를 짧은 시간에 마무리하도록 밀어붙이면서 수 조원에 달하는 공사가 일시에 진행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의 경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진행됐던 사업이고, 이에 발맞춰 공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가뜩이나 수익성 낮은 공공공사를 단기에 끝내기위해 '1사 1공구'로 나눠서 발주를 하다 보니, 건설사들이 건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계비 등을 절감하기 위해 담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4대강 담합 조사에 나섰던 감사원도 발주처인 국토교통부가 담합을 유도했다고 일부 인정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4대강 공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감사원은 국토부가 건설사들에게 담합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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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사 담합 혐의가 불거진 공사는 대부분 정부가 경기부양을 실시하던 2009~2010년 사이에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국가 발주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입찰이 진행되다 보니 담합을 유발시키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담합을 하게 만든 발주기관도 처벌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공정거리위원회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발주기관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명목은 없다"며 "다만 발주기관이 경쟁 제한적 입찰을 실시할 경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발주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엇박자에 건설업계가 덤터기를 쓴 셈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1사 1공구로 수주가 제한됐고, 최저가 입찰제와 실적공사비제도 등 입찰제도 탓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입찰 담합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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