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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의 해저케이블 승전보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14-09-18 10:14: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을 가득 실은 운반선 파이오니어가 이번 주 중동 카타르로 향한다. 수도 도하 인근에 도착하면 해저케이블은 라스 라판 산업단지와 할룰 섬 사이의 해역에 매설된다. 총 4억 35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국내 전선업계 '최초'·'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계약인 만큼 이번 출항은 의미가 깊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해저케이블 수출의 신호탄이다. LS전선은 지난 12일 선적 작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기자들을 현장으로 초청했다.

동해공장 생산파트 임직원에게는 카타르 프로젝트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타이틀이 있었다. 바로 '국산화 100%'다. 공장 내 설비가 모두 국내 기술로 이뤄졌다는 걸 설명할 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부터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모두 개발하고자 했던 건 아니다. 몇몇 장비 업체에 의뢰를 하고나서 바로 설비 구입이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 리딩 업체의 견제 때문이었다. 이들은 경쟁업체가 적은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수십 년에 걸쳐 견고하게 관계를 다져왔다. LS전선에는 아예 팔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결국 LS전선은 설비 일체를 전부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해저케이블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지금까지도 연간 매출의 3% 정도를 R&D에 투자한다. 전선업체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협력 업체와도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샜다. 동해공장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규모의 턴 테이블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해저케이블을 심해에 매설하는 노하우는 '제주-진도' 사이 울둘목에서 얻었다. 영화 명량으로 다시 화제가 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협이 벌어진 곳이다. 원래 조류가 거센 지역으로 꼽힌다. 더구나 태풍 '뎬무'가 상륙하며 공사를 중단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당시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500여 억 원을 추가로 비용 처리했다.

하지만 비싼 수업료의 대가는 달콤했다. 카타르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1·2위 업체가 나란히 손잡은 '프리스미안-넥상스' 컨소시엄이 무릎을 꿇었다. 제이피에스·비스카스 등 해저케이블 시장의 전통 강자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카타르 프로젝트 이후 대형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덴마크 전력청, 네덜란드 전력회사가 발주한 해저케이블 사업을 잇따라 따냈다. 전통적으로 유럽 업체의 텃밭인 유럽·남미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LS전선의 다음 승전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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