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20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 코람코자산신탁의 이규성 회장은 후배인 이우철 부회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 직함을 뗀 건 지난 2003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그 즈음 이영회 아시아신탁 회장도 중도 하차했다. 배일규 전무가 대표이사로 발탁되면서 2007년 후 6년 남짓한 기간의 아시아신탁 생활을 접었다.생보부동산신탁은 지난 5월 삼성생명 출신 조문성 사장이 나가고, 김상진 교보생명 전무가 사장으로 왔다. 이종언 대한토지신탁 전 대표이사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전무이사로 직함이 바뀐 경우다. 이어 지난달에는 박인병 KB부동산신탁 사장이 1년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 업계 후발주자인 코리아신탁도 올 초 대표이사 자리에 산업은행 출신의 최익종 씨를 앉혔다.
이처럼 올 들어 부동산신탁사 11곳 가운데 6곳의 대표이사 사장이 바뀌었다. 부동산신탁사 절반 이상의 CEO가 교체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사장 임기 만료가 겹친 가운데 대부분이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는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이 유일하다.
잇따른 부동산신탁사 CEO 교체를 실적과 연관 짓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신탁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업체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흑자경영을 일궜다. 6월 말 현재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순자산 합이 1조 5730억 원에 달한다. 영업수익(매출)도 2010년 이후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익은 최근 3년간 순증했다. 11개 업체가 2년 연속 모두 흑자를 냈다. 실적만 놓고 보면 CEO들이 경영 성과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 셈이 된다.
부동산신탁사 CEO들의 수난은 획일화된 지배구조, 뿌리 깊은 낙하산 인사 관행 등과 연관이 깊다. 다수의 부동산신탁사가 시중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의 금융회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십시일반 지분을 태워 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다. 일부는 금융지주계열 자회사로 묶여 있다. 이사회 구성원 역시 금융권 또는 전직 고위 관료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사실상 금융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 내부 역학 관계에 따라 수장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요 임원들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건 흔한 일이다. CEO들은 실적이 나아저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경영 성과를 내더라도 외부환경이 바뀌면 자리 보존을 장담할 수 없다. 몇몇은 이런 이유로 올해 옷을 벗었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신탁업계 전반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됐다. 불안한 인사 시스템 제도 내에서 CEO가 리더십을 갖고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주요 경영진이 부동산과 거리가 먼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부동산신탁업은 기초자산인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개발신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부동산을 보는 눈과 개발사업 수행 능력이 중요해졌다. 경영진 스스로 위험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는 결국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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