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21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하이마트 지분 10.2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2년 전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박동기 롯데하이마트 전략지원본부장의 감사위원 선임안에 또 다시 반대표를 행사할 지 주목된다. 박 본부장은 오너의 측근이자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면서도 이사의 직무를 감시할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 동시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해상충 논란을 낳고 있는 박 본부장의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감사위원 겸직에 국민연금은 2년전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기금 보유 주식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2012년 10월31일 개최된 롯데하이마트(당시 하이마트) 임시주총 제2호의안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반대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반대 사유는 "박동기 본부장이 계열사 임직원"이라는 이유였다. 박 본부장은 롯데쇼핑 노무담당 상무로 재직하다가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자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 하이마트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다.

국민연금의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당해회사 또는 계열회사(비영리법인 포함)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준용해 국민연금은 당시 박 본부장의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 선임은 사외이사 선임 안과 동일한 사안으로 보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2년전에 반대를 했다고 해서 또 반대를 하는 건 아니다"며 "그동안 해당 인물의 회사 기여도나 공헌도, 그리고 회사 상황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 답변이다. 박 본부장의 감사위원 적격성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게 없다. 그는 롯데하이마트 최대주주인 롯데쇼핑 임원을 지낸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 아울러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를 맡으며 동시에 이사의 직무를 견제하고 감시할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게다가 2년 전 임시주총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위원마저 겸직하며 사실상 롯데하이마트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 및 감사위원회마저 모두 장악하고 있어 이해상충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연금 다른 관계자는 "지침에 따라 결정하는 문제여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 의결권 행사 방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및 감사위원의 재선임과 관련 임시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는 여러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는 롯데하이마트의 지배구조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박동기 본부장의 감사위원 선임 건 외에도 여러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3월21일 개최된 롯데하이마트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신영철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한 반대표 행사다.

신 이사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취업 승인을 취득하지 못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롯데하이마트 지분 57.75%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관련 안건을 통과시킨바 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너 측근이 계열사 이사회는 물론이고 감사위원회 위원마저 겸직하는 사례는 지배구조 개선 추세와 반대로 가는 행보라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이사 또는 오너의 전횡을 감시할 기업내 부서가 무력화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