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 반복하는 국민연금과 롯데하이마트 2년전 국민연금 반대 인사 다시 이사후보 돼..국민연금은 하이마트 지분 되레 확대
문병선 기자공개 2014-10-24 08:21:25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2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하이마트가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후보로 올린 박동기 롯데하이마트 전략지원본부장(전무)은 2년전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국민연금의 반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2년이 지나 동일한 인물을 다시 감사위원 후보로 올렸다.국민연금은 2년이 지나 다시 감사위원 후보로 올라온 롯데하이마트의 박 감사위원 선임건에 대해 올해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연금은 연기금과 같은 외부 견제 세력의 지적을 사실상 무시한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지난 2년간 투자지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구사해 왔다.
22일 롯데하이마트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사실상 무시한 롯데하이마트와 책임투자를 강조하면서도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 국민연금의 그릇된 지배구조 인식과 투자철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2014년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2011~2014년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 중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약화'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이 반대를 행사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총 이후 해당 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 변화를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최 의원 자료에 따르면 반대 입장 행사 후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해 지분율이 증가한 기업은 2011년 29개 기업 중 6개 기업으로 20.7%였고, 2012년 39.2%(38개), 2013년 30.4%(24개), 2014년 3월 25.7%(18개)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자료에서 "국민연금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면 최소한 일정 기간이라도 투자를 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라며 "수익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정의롭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배제하는 등 과감한 투자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국민연금은 2년전 주총에서 박 전무의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했다. '국민연금기금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 내역'에 기재된 반대 사유는 '계열사 임직원'이라는 두 단어다. 계열사 임원(롯데쇼핑 노무담당 상무)을 지낸 인물이 계열사 감사위원 맡는 건 누가 보더라도 이해상충 소지를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롯데하이마트 주주가치를 훼손할 위험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 국민연금은 롯데하이마트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년전 10월 당시 국민연금의 롯데하이마트 지분율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 국민연금의 롯데하이마트 지분율은 11.07%다. 지분율을 늘려 온 국민연금은 이번달 말 롯데하이마트의 임시주총에서 다시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올라 온 박 전무 선임안에 대해 그동안의 투자 행태와 달리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려온 기간 롯데하이마트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2012년 10월말 7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작년 9만 원대까지 올라갔으나 최근 6만 원대로 주저 앉았다. 이 기간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7~8%대에서 2%대로 5~6%포인트 남짓 급감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했으면서도 투자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연기금에게 주어진 의결권 행사 책임의 의미를 스스로 감퇴시킨 셈이다. 투자수익률도 제고시키지 못했으며 롯데하이마트에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런 국민연금을 최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호갱'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고 있다. 연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인물을 2년이 지나 다시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올려 재신임 절차를 밟게 하는 건 상식을 넘는다. 감사위원은 사내이사의 직무를 감사할 의무를 갖고 있다. 사내이사에게 감사위원회 업무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물려주는 꼴이어서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반대한다.
게다가 박 전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및 보상위원회 위원마저 겸직하고 있다. 박 전무의 주도로 롯데하이마트는 전국의 롯데마트 안에 롯데하이마트를 입점시키는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을 열고 있다. 매년 수백억 원의 임차료가 롯데쇼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그 이익은 롯데쇼핑 대주주인 신동빈 회장 일가 품으로 돌아간다. 정작 롯데하이마트는 숍인숍 매장을 열어 비용 누적에 고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로 이익을 내는 '넌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서로 이익이 나지 않는 '제로섬 게임'만 하고 있다"며 "투자는 투자일 뿐 오너의 입맛에 따라 감사 업무를 장악하겠다는 롯데하이마트나 투자철학과 실제 운용에 엇박자를 내는 국민연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