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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 실종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데자뷰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4-10-27 08:43:28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때 롯데그룹을 소용돌이에 몰아 넣은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사건은 여러 원인이 있으나 부실경영을 주도한 인물을 승진시키고 그룹 핵심 요직으로 영전시킨 롯데그룹 인사 문화와 감사 시스템의 결함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치를 먼저 비교해 보자. 납품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는 2008년 3월21일부터 2012년 3월23일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가 대표를 맡은 기간 롯데홈쇼핑은 매년 15%대의 적지않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슷한 매출규모를 가진 현대홈쇼핑은 같은 기간 20~2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적지않은 홈쇼핑 업계 인사들은 신 전 대표의 영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신 전 대표는 2012년 3월 롯데홈쇼핑 대표에서 롯데쇼핑 대표로 승진했다. 한 관계자는 "비슷한 매출 규모의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이 이익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 말들이 많았다"며 "성공 경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인사의 승승장구는 다른 홈쇼핑 회사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비슷한 반복이 롯데하이마트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2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쇼핑은 핵심 경영진 3명을 롯데하이마트로 내려보냈다. 노병용 롯데마트 총괄사장, 김치현 롯데쇼핑 운영담당 부사장, 박동기 롯데쇼핑 노무담당 상무 등 3인이다. 인수 기업 인사들이 피인수기업 경영진으로 부임하는 건 흔한 상식이다.

그러나 선종구 전 회장과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간 다툼이 있었던 기간을 빼곤 늘 7~8%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3.21%로 뚝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난 판관비다. 2012년말 16.83%였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2013년말 16.41%로 줄었으나 올해 상반기 21.37%로 치솟았다.

롯데마트 내 롯데하이마트의 숍인숍(Shop in Shop) 매장 입점 때문이라는 건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속단일 수 있지만 이 매장들은 비용만 눈덩이처럼 키운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대략 매년 300억~400억원이 롯데쇼핑(롯데마트)에 임차료 명목으로 지급된다.

그렇다고 롯데마트의 실적이 호전된 것도 아니다. 롯데마트 기존점들은 수익이 나지 않던 가전 매장을 롯데하이마트에 넘겼고 아울러 롯데하이마트로부터 임차료를 받게 돼 수익성이 나아져야 한다. 그러나 롯데마트 국내 부문 영업이익은 330억원을 상반기에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1.18% 급감했다. 매출 감소나 수익성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은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올해 10월말 롯데하이마트 임시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을 예정이다. 마트 사업과 전자 양판점 사업 모두에서 실기한 노병용 롯데마트 총괄사장은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고 PMI(인수 후 합병) 작업을 주도한 박동기 현 롯데하이마트 전략지원본부장(전무)은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후보들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도 반대하는 인사들이다.

경영 성과가 뚜렷하지 않는 경영진이 승승장구하는 걸 롯데홈쇼핑 사례와 비교하면 무리일까. 롯데홈쇼핑이나 롯데하이마트나 모두 경영진에 대한 효율적인 성과평가 시스템이 부재하고 이들을 감시할 적절한 감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적지 않았다. 감사시스템을 확충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최근 롯데그룹의 노력이 롯데하이마트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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