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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규제 면탈?...동원그룹 해외법인 활용법 [Company Watch]테크팩솔루션 인수에 스타키스트 활용..지주사 행위제한 비껴가

문병선 기자공개 2014-10-28 08:23:13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4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이 테크팩솔루션 인수를 위해 해외법인인 스타키스트(Starkist) 자금을 동원한다. 인수주체인 동원시스템즈의 자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로 국내 법인은 인수에 동참할 수 없어 규제 바깥에 있는 해외법인을 활용하는 구조다. 규제를 은근슬쩍 비껴가려는 '꼼수'의 의미가 적지 않다.

24일 동원시스템즈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총 2500억 원에 달하는 테크팩솔루션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계열사인 스타키스트와 특수목적회사(SPC)인 에스러셀제이차㈜를 동원했다.

동원시스템즈가 테크팩솔루션 지분 56%를, 스타키스트가 24%를, 에스러셀제이차㈜가 20%를 인수하는 구조다. 금액으로 나누면 동원시스템즈가 1400억 원을, 스타키스트가 600억 원을, 에스러셀제이차㈜가 500억 원을 분담한다.

동원시스템즈는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테크팩솔루션 지분 100%를 자력으로 인수할 자금여력이 안된다. 상반기말 개별 제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은 126억 원에 불과하다. 자본총액은 2088억 원으로 적지 않지만 이미 1848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어 추가로 2500억 원을 차입조달하기는 버겁다. 그래서 계열사와 공동 인수로 가닥을 잡아 이번에 스타키스트가 테크팩솔루션 일부 지분 인수 주체로 나서게 했다.

동원그룹 지배구조(테크팩솔루션 인수 이후)

스타키스트의 인수 참여는 규제를 회피하려는 동원그룹 경영진의 긴 고민 끝에 내려진 결과이겠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면탈 여부와 관련 적지않은 논란거리로 남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자회사는 손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만일 동원시스템즈의 자금부담을 경감시키려 동원F&B나 동원산업과 같은 다른 계열사가 테크팩솔루션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려 했다간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

하지만 해외 계열사를 활용하면 이 규정을 피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역외적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법 적용이 국내 법인에 한정되고 해외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금이 적지 않은 스타키스트가 매력적인 인수 주체가 될 수 있고 동원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에서 비껴나 국내 계열사 및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 소속 기업의 해외계열사를 활용한 확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두산그룹은 두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면탈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금융계열사 지분을 해외 계열사에 모두 매각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5월말 두산헤비인더스트리아메리카(Doosan Heavy Industries America)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Doosan Infracore America)에 각각 두산캐피탈 보통주 14.28%씩을 매각했다.

금융계열사를 매각하기는 싫고, 안고 가자니 공정거래법 위반이어서 법 적용이 제한되는 해외 계열사를 적절히 활용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해외법인을 활용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 면탈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각계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두산의 경우 명백한 탈법행위"라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등의 행위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을 국내 회사가 아닌 해외 계열사로 변경하는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막을 수가 없다"며 "탈법 행위를 계속 용인할 경우 지주회사 규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동원그룹의 테크팩솔루션 인수 사례도 이런 지주회사 규제 면탈 사례로 볼 수 있다. 법 위반 없이 인수 구조의 솔루션을 찾은 건 묘안으로 추켜세워질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률 위반은 아니지만 법 취지를 적지 않게 훼손시킨 것이어서 편법적 사례로 비난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계열사끼리 서로 얽히지 않은 깔끔한 출자구조를 만들어 특정 계열사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는 위험도 차단하자는 지주회사 제도 본래의 취지는 동원그룹의 테크팩솔루션 인수 사례에 와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해외계열사를 활용해 우후죽순 계열사를 늘려간다면 추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는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려하는 측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장 해외계열사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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