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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기의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의 박동기 이해상충 논란에 감사위원 후보 사퇴…견제시스템 작동 여부는 미지수

문병선 기자공개 2014-10-29 11:05: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8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중점 추진 과제는 혁신경영, 시스템경영, 인재경영, FUN경영, 신성장경영, 사회적 책임입니다."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롯데하이마트 경영전략회의 도중 박동기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이 잠실 롯데호텔에 모인 전국 지점장과 임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영전략회의는 2013년의 주요 성과를 되짚어보고 2014년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경영 목표와 추진과제에 대해 전달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박 전무에 이어 2개본부(상품본부, 영업본부)의 본부장과 부본부장이 나서서 발표를 했고 마지막으로 한병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올해 목표와 비전 등을 발표하고 행사는 종료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들에게 이날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박 전무의 비전 발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략기획본부라는 조직의 생경함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이질적이었다고 한다. 롯데하이마트가 롯데쇼핑에 피인수되기 이전 없었던 본부다. 재경본부, 지원본부, 상품본부, 판매본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본부 체계였다. 롯데쇼핑에 피인수된 이후 전략기획본부, 상품본부, 영업본부 등 3본부체제로 축소됐다. 게다가 생경한 전략기획본부의 본부장급이 회사의 올해 방향성과 경영방침에 대해 발표하는 건 이질감을 넘어 최고경영자(CEO)를 뛰어넘는 박 전무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2년 후반 롯데쇼핑에 피인수됐다.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의 지배를 받는 건 인지상정이다. 박 전무도 인수 직후 롯데쇼핑 노무담당 상무로 재임하다가 롯데하이마트에 부임해 왔다. 그의 임무는 명확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자금을 통제하고 롯데하이마트와 롯데그룹의 이질감을 해소시키는,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이다.

약 2년이 지난 요즘 박 전무의 위치는 그 당시와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롯데하이마트 안팎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줄잡아 5개의 직책을 갖는다.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멤버, 감사위원회 위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보상위원회 위원, 전략기획본부장 등이다. 사내 각종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롯데하이마트의 재경·전략·기획 주요업무까지 두루 겸임한다. 활동 범위는 CEO급이라는 게 롯데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인식이다. 심지어 전략기획본부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제주도 물류센터 개소식에도 참석한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보면 롯데하이마트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박 전무는 없어서는 안될 계열사 임원이지만 반대로 이런 1인의 막강한 권한은 간혹 기업내에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롯데하이마트 이사회가 의결했던 박 전무의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재선임 후보 추진안건이 대표적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이사회는 9명의 이사가 멤버를 구성한다. 이사회 의장은 노병용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 겸 롯데마트 총괄사장이 맡는다. 노 사장은 롯데하이마트에 거의 출근하지 않는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병희 대표는 예전 하이마트 출신으로 비록 대표이사이지만 영업쪽만 맡고 있고 박 전무와 롯데그룹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또다른 이사회 멤버인 이갑 이사는 롯데쇼핑 운영2팀장 출신으로 박 전무의 후배다. 5명의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할 뿐이다.

박 전무의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재선임안은 박 전무가 수장인 전략기획본부에서 기안을 올렸고 박 전무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박 전무의 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찬성 속에 가결됐다. 그리고 그룹의 재가를 받았다. 이렇다보니 사내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게 어떤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지 누군가 앞서서 조언을 할 수도, 견제를 할 수도 없다.

사내이사의 감사위원 겸임은 대다수 대기업에서 꺼리는 지배구조 형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사외이사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는데도 굳이 계열사 임원 출신의 사내이사가 감사위원까지 겸임하는 건 지양해야 할 자세"라고 지적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 질문을 롯데하이마트 이사회 멤버 중 누구도 제기하지 못했다는 건 롯데하이마트 지배구조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사실 이런 지배구조를 갖고도 경영실적이 호전됐다면 기업 성장의 공헌도를 인정받을 여지도 있다. 박 전무의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를 하는 건 아니고 특정 이사의 공헌도와 기여도를 모두 감안해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년간 양적 성장에만 매몰된 나머지 영업이익률이 추락하는 등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 주가는 최근들어 가장 저점에 와 있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롯데하이마트는 논란 거리를 없애기 위해 박 전무의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을 철회했다. 박 전무가 스스로 감사위원 후보에서 사퇴한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박 전무는 감사위원 위원에서만 빠졌지 여전히 사내이사 후보에는 올라 있다. 그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위원마저 겸임, 임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도 함께 쥐고 있다.

뒤늦게라도 이해상충 논란거리를 스스로 없앴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과연 롯데하이마트가 얼마나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 자세를 취할 지, 아울러 경영실적을 호전시킬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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