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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현대차가 전남에 공장을 더 짓는다고?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금융팀장)공개 2014-10-29 10:52:22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8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우리사회에서 '슈퍼 갑(甲)'으로 불린다. '권한은 무한대인데 책임은 없다'는 비아냥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국회의원들은 가장 무서운 존재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총수 소환'이다.

특히 국정감사라도 시작되면 행여 우리 회장님을 불러들이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국감이 시작되면 국회의원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 오너들을 증인 리스트에 올린다.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사안인데도 일단 불러 놓고 보자는 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의원님' 이름이 일단 거명되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크고 작은 민원에서부터 인사청탁에 이르기까지 일단 부탁이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힘 있는 의원님이나 권력자의 이름을 팔아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웃지못할 '취업사기'가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또 하나는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대기업 유치 공약'이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대기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까지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이 표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결과를 살펴 보면 '아니면 말고' 식의 '표(票)퓰리즘 공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은 그러나 미운털이 박힐까 두려워 선거기간 내내 대놓고 아니라고 말도 못한다.

최근 광주 전남 지역 정치권에서는 '자동차 공장 유치전'이 큰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 7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통해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해 현대차와 접촉하고 있다"고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지역 의원의 몸을 바짝 달구었다. 이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예산폭탄 투하' 발언을 서슴지 않은 힘 있는 실세 의원이다. 기아자동차 공장을 끼고 있는 광주지역 지자체나 정치권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은 논평을 통해 "실제 현대기아차의 입장인지, 아니면 이 의원의 지역사랑 차원의 바램인지 그 실체가 안갯속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접촉'의 당사자인 현대기아차는 '침묵' 외엔 더 할 수 일이 없어 보인다. 맞다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다. 현대차와 직접 접촉을 했는지, 접촉을 했다면 어느정도 단계인지, 아니면 그냥 한쪽의 일방적인 접촉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의 효율성을 꼼꼼하게 따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게 기업의 속성이지만 말 한마디 잘 못했다가 더 큰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의원님들의 지역구 공약을 다 실현시켜드리려면 광주, 전라지역에만 6~7개의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대기아차가 국내 어느 지역에 공장을 신규로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내수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이고, 인건비는 물론 지긋지긋한 노사관계만 떠올려 봐도 국내에 공장을 더 지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정치적 이유' 말고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굳이 한가지 방안이 있다면 광주 도심에 있는 기아차 공장을 외곽의 전남지역으로 이전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현대기아차만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기업들은 통상 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이슈가 등장하면 자발적 또는 반강제적으로 '공시'를 통해 입장을 밝힌다. 아니라면 바로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어떤 움직임이 있으면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개한다. 정치권의 이번 자동차 공장 유치 건을 현대기아차에게 대입시켜 보면 아마도 '(억지로) 검토는 할 수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사실무근'이라는 희한한 뒤죽박죽 공시가 생겨날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실제로 공장을 짓는 일이 벌어진다면 진짜로 강한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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