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04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기가 만료된 사내외 이사들이 회사 업무차량을 사용하고 사무실과 공용집기를 이전과 똑같이 이용하며 직위와 직무를 임기 만료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면 회사에 손실을 끼쳤거나, 혹은 배임은 아닐까. 롯데하이마트가 대형 로펌에 자문한 결과 배임으로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고 법조문과 판례를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보고 있어 소극적인 배임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법조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하이마트의 임기만료 사내외 이사 5인이 임기만료 이전과 동일하게 이사회 멤버에게 주어진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는 상황을 두고 과연 법적으로 그리고 신의성실의 원칙상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총 9인의 사내외 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5인 이사의 임기가 10월31일 만료됐다. 당초 롯데하이마트는 이들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기 하루전인 지난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재선임 또는 신규선임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동기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가 이해상충 논란에 휘말려 감사위원 후보에서 사퇴하자 불가피하게 임시주총 일정을 11월13일로 연기했다.

문제는 5인 이사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이사진이 이전과 동일하게 회사 직위를 이용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주총까지는 아직 열흘 남짓 남아 있다.

상법상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정관에서 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못박았다. 이는 2년 임기가 종료되는 이사는 회사의 이사직을 상실하고 이사직 수행에 관한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가 로펌에 자문한 결과는 이런 해석과 달랐다. 한 관계자는 "로펌 자문 결과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임시주총까지 이전의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자문 로펌은 법무법인 율촌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가위로 자르듯 임기가 끝나기만 하는 건 아니다"며 "상황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는데 국내 판례에서도 회사의 업무가 연속성을 가지도록 이사의 임기를 폭넓게 직무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롯데하이마트는 정관 제27조에서 '이사의 임기가 최종의 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전에 만료될 경우에는 그 총회의 종결시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사들의 임기가 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만료되더라도 회사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그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한다는 규정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한병희 대표이사, 노병용 사내이사, 박동기 사내이사, 문형구 사외이사, 허선 사외이사 등 5인 이사의 임기가 만료됐다.

반면 법무법인 율촌의 자문 결과는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법조계 다른 변호사는 "판례에서는 이사의 임기를 관용적으로 봐주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회사측 일부 인사들의 실수로 주주총회 일정이 연기된 사례"라고 했다. 그는 "직무 대행 체제로 가야할 지 아니면 이사의 임기를 자동 연장해주는 것으로 봐야 할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정관이 가장 중요하며 정관에 관련 내용이 없다면 배임으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