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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알고보니 '할부금융 모태' [건설리포트]여신금융사 '현대파이낸스' 모태…건설업은 축재 수단

길진홍 기자공개 2014-11-20 10:30: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17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주지역 토종 건설사', ‘공공택지 확보 귀재', ‘완판 분양 대명사', ‘무차입 경영 신화'.

시공능력평가 15위의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호반건설은 주택시장 불황에도 불구, 단기간 내 외형이 급증하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통한 부지 확보 전략과 공공택지 중심의 저가 분양 정책으로 불황에 살아남을 수 있는 ‘모법답안'을 제시했다. 내로라 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호반건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일 정도다.

최근에는 주택사업으로 축적한 부를 기반으로 금호산업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호반건설이 매출채권 할인과 팩토링금융, 할부금융 등을 전문으로 하던 여신전문업체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호반건설의 전신은 현대파이낸스㈜이다. 지난 1996년 8월 설립됐으며 이듬해 현대여신금융㈜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토목 및 건축공사업을 양수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으며 2006년 사명을 호반건설로 변경했다. 최초 법인 설립 당시 오너인 김상열 회장의 나이가 불과 34세였다.

호반건설은 아직도 금융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사업목적에 매출채권 양수 및 대금회수를 비롯한 팩토링금융, 단기자금 지원, 할부금융, 신용카드업, 유가증권 운용 등이 기재돼 있다. 주업이 된 건설업은 영업활동의 일부인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융업을 재개할 수 있다.

할부금융을 주업으로 삼던 호반건설이 어떻게 건설업으로 영역을 넓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오너인 김 회장이 금융업을 통해 실물에 눈을 떴고, 단기간 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건설업에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업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이 건설업을 만나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과 건설의 시너지 효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다수의 건설사들의 숨이 끊기던 시절 호반건설은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2008년 240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3년 1조 원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과 영업이익 합계가 각각 4871억 원, 5425억 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합이 3조 5317억 원에 달했다. 연평균 매출 7000억 원에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3년 말 현재 곳간에 쟁여 놓은 잉여현금이 6000억 원에 달한다.

성공 비결은 간단했다.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동원해 택지를 확보하고, 저가 분양으로 단숨에 주택을 팔아 치웠다. 철저한 공공택지 공략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이런 전략으로 호반건설과 김 회장 일가가 부를 쌓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5년이다. 이론적으로만 실현이 가능할 것 같았던 사업전략을 김 회장은 실천에 옮겼고, 승부수가 통했다. 사업이 물꼬를 튼 뒤로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는 김 회장을 단순한 주택전문 사업자가 아닌 금융전문가 또는 투자은행(IB) 전문가로 바라본다. M&A 시장에서 끊임없이 호반건설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반건설은 내부에 별도의 M&A팀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IB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은 김 회장이 부를 축적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최근 금호산업 지분 매입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영권 매각에 미칠 파장 등 이해 득실을 따진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다. 김 회장의 배경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김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점 외에 학력과 이력 등 그의 배경이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중견 건설사로는 드물게 금융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기업집단"이라며 "김 회장 스스로 입을 열고, 그룹 비전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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