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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채 투자자 '무방비 상태' [thebell note]

이길용 기자공개 2014-12-04 10:08:35

이 기사는 2014년 12월 03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 자본시장을 가장 화려하게 수 놓은 사건은 삼성-한화 빅딜이다. 한화그룹은 약 2조 원에 가까운 돈으로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을 얻었다. 이들의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토탈은 덤이었다.

화려함 뒤에 씁쓸함을 맛보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회사채 투자자들. 현재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회사채 잔액은 각각 3500억 원과 1조 85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을 모두 AA로 평정했다. 이 등급에는 삼성그룹의 지원능력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에서 빅딜에 나서는 ㈜한화와 한화케미칼의 신용등급은 각각 A와 A+. 모회사의 지원능력이 달라지면서 크레딧 업계에서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에게는 불똥이 떨어졌다. 등급이 떨어지면 민평 금리가 올라 투자자들은 채권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회사채 주관사와 접촉해 '바이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사채계약서 상에 기재돼 있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근거로 바이백을 요구했다. 양사의 사채모집 위탁계약서에는 '갑(삼성테크윈 또는 삼성토탈)의 경영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발생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는 사채권자집회의 결의에 따라 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문제는 대주주 지분 변동으로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이 선언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설사 기한이익상실 선언을 위해 행동에 나서더라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자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또 기한이익상실이 선언되면 다른 회사채들도 자동적으로 기한이익상실이 되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 조항 때문에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채권을 발행할 경우 경영권 변동(Change of Control) 조항을 포함시킨다. 경영권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우호지분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채권 투자자들을 보호한다. 해외에서 한국물을 발행할 때도 이 조항이 담겨 있다. 경영권 변동 조항이 없는 원화채 투자자들만 매각 이슈에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매각과 합병 등 경영권 이슈에 대응한다. 인수·합병(M&A) 거래에서도 경영권 변동 조항을 삽입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원화채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회사채 투자자들이 안쓰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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