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동상이목(同想異目)]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께…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금융팀장)공개 2014-12-12 08:34:43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1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때마침 부녀가 엇비슷한 시기에 해외 출장길에 오르셨나보군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벌어진 큰 따님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태를 해외에서 접하시고는 얼마나 난감하셨겠습니까. 많이 당혹스럽고 화도 나고 하셨겠지요. 귀국하시자마자 보직을 내려놓게하고 기자들 앞에서 사과 멘트를 하신 것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지요. 지난해 '라면 상무' 사태 때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을 걱정했던 조현아 부사장(부사장직까지 사퇴했으니 이젠 전 부사장이라고 해야겠군요)이 '땅콩 부사장'이란 오명을 뒤집어 썼으니 아버지로서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참담한 심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이미 벌어진 일은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고서도 한참 뒤에야 내놓은 대한항공의 '입장발표'에 담긴 애매한 사과와 해당 승무원에 대한 '불필요한' 지적이 더 큰 화를 불렀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 우선일 듯 합니다. 그 뒤에 이어진 '무늬만 사퇴' 논란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국민 여론도 여론이지만 내부의 조종사, 승무원들이 회장님 일가에 대한 불만을 반 공개적으로 토해내는 것도 여타의 '재벌 오너가 사태'와는 다른 점입니다.

잘못은 그렇다치고 우선 첫 입장발표 때부터 상황이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시스템과 조직을 탓하지만 이는 오너를 모시는 사람들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물론 오너가의 성향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최근 대한항공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감히 "직접 사과하시라"고 직언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너를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은 자기가 모시는 분에게 누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아니 할수가 없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래서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밑에서 책임지고 안고 가야지요.

불쾌하실 수도 있지만 어디선가 들은 쌩뚱맞은 얘기를 꺼내봅니다. 지금은 영화계의 거물로 자리 잡은 배우 송강호를 처음 주목받게 만든 영화 '넘버3'를 혹시 보셨는지요. 이 영화에서 어줍잖은 미니 조폭 송강호는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현정화도 라면만 먹고 육상 금메달을 3개나 땄다"고 훈계합니다. 이때 부하가 "임춘애입니다. 형님" 이라고 감히 지적질을 합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흥분해서 말까지 더듬는 두목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지요. 하늘 같은 오야지의 말에 토를 단 것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물론 두목의 생각입니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어떤 지시나 말이 나와도 입을 닫고 조용히 따르겠지요.

감히 3류 건달을 모델로 한 영화를 들이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게 본질입니다. 여론이 이미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진 말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이번 사태는 사람을, 집안을 미워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옛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의 주인공처럼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다시 나타나서 복수를 할 것이라는 패러디까지 등장하는 지경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따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셔야 합니다. 아버지로서 어려운 결정일 수도 있지만 따님을 전면에 내세우세요. 본인의 진솔한 사과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승무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상처 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아마도 따님이 태어나서 한번도 안타봤을 '이코노미석'에 앉혀 보세요. 단 이 과정에서 어떤 '트릭'도 써서는 안됩니다. 경험해 보셔서 알겠지만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원들이 회장님께는 호감을 가진 듯 보입니다. '그룹내에서도 위엄 있으시고 승무원들한테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고 늘 웃으시고, 비행기에 탑승해도 그저 기내식 드시고 와인 한잔 하시고 주무신다'는 내부 직원이 올린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신망을 받고, 대외적으로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에 발 벗고 나서고 계신 회장님이 직접 나서서 상처 받은 여론을 달래셔야 합니다. 아버지로서 어려운 결정을 하시는게 진정 따님과 회사가 입게 될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