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운용위원회' 실효성 있나 사내 별도 위원회 구성…"기업에 부담될수도"
이승우 기자공개 2014-12-31 08:41:51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6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내에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적립금 운용위원회'가 의무적으로 도입된다. 퇴직금을 따로 떼어 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직으로 정부의 퇴직연금제도 개선안의 일환이다.하지만 기업들이 퇴직연금의 전문적인 관리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퇴직연금 시장 역시 아직 미숙한 상황에서 위원회를 먼저 도입하는 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금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단계에 필요한 조직인데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별도의 비용이 들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데 업계 종사자나 학계를 위한 자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시각도 있다.
◇DB형, 기업내 별도 조직 의무화
지난달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근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퇴직연금제도로의 단일화 △신설사업장의 퇴직연금 전환 촉진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적립금운용위원회 및 적립금운용계획서 도입 의무화 △퇴직연금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중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법이 시행되면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는 등 퇴직연금 기반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이중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는 기업들에 생소한 대목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들이 DB형을 운용할 때 노사는 물론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 위원회가 퇴직연금의 관리와 운용 등 전반을 맡게 된다. 현재 기업 퇴직금 관리가 재무나 인사 담당자가 하고 있어 운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정부가 한 것으로 전문가그룹을 기업내에 두겠다는 뜻이다.
권성동 의원의 발의 법안에서도 '적립금이 주로 단기·안전자산 위주로 투자되고 있는데, 최근 저금리 기조 하에 수익률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적립금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산배분과 목표수익률, 허용위험한도 등을 담은 적립금운용계획서 및 노사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적립금운용위원회 도입을 의무화한다'고 설명했다.
◇운용 효율화 vs 자리 만들기
DB형 퇴직연금에 적립금운영위원회를 둔다는 것에 대해 기업들과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미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들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에도 없었던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전문가 선정 등 별도의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위원회는 자산배분과 목표수익률 설정, 리스크 관리 등 퇴직금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하게 된다. 큰 권한을 가지고 퇴직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반면 도입 취지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쪽도 많은 게 사실이다. 위원회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에서 제기됐던 조직인데 기존 DB형 퇴직연금에 접목시키는 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위원회를 결성할 정도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위원회는 기금형 퇴직연금에서나 필요한 조직으로 현재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쓸 데 없는 비용을 기업이 치를 수 있고 또 자체 관리 자금에 대한 외부 입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특성상 막강한 권한을 지니지만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대학기금이나 일부 중소 연기금이 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낭패를 본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적립금위원회가 특정그룹에 한정된 외부 전문가 그룹을 배려한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위원회의 전문가 그룹 대부분은 업계 종사자나 대학교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게될텐데 그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필훈 고용노동부 과장은 "(적립금위원회는) 퇴직연금 제도가 가야할 방향이 맞는데 위원회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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