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17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11월말까지 발행량은 60조 원을 넘어서 지난해 45조 원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저금리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대표하는 ELS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가 완화되면서 증권사가 ELS 발행을 대거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정확한 이유 분석을 떠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ELS에 호재가 잇달았던 것이다.하지만 모든 현상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ELS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지수형 ELS는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종목형 ELS는 2%대에 머물고 있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대거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이 이탈한 것이 1차 원인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떠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국내 지수형 ELS는 KOSPI200과 HSCEI, S&P500, EURO STOXX50 등 4개 지수에 발행량의 90% 이상이 쏠려 있다. 즉, 이들 4개 지수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60조 원에 달하는 국내 ELS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과거 금융위기는 특정 움직임 혹은 쏠림 현상에 따라 리스크가 커졌고 여기에 외부 충격이 가해진 뒤, 손실이 빠른 속도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금의 ELS 시장은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수형 ELS가 녹인에 진입할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자신한다.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수가 급락하는 사례는 흔치 않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0년간 미국 증시만 살펴봐도 위기는 항상 반복되고 지수도 절반 이상 하락한 사례를 수차례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희망을 믿음과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각이 냉정하게 현상을 직시하고 해석하는 것을 방해하곤 한다.
지수 하락보다도 더 충격적인 현상은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 한때 영원불멸할 것처럼 여겨지던 금과 은 가격이 속절없이 폭락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금과 은을 위시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비교하면 아연실색할만한 광경이다. 당시 금융회사들이 관련 금융상품을 앞 다퉈 판매하던 것을 생각하면 실소가 터져 나올 정도다.
ELS 시장의 위기를 언급하면 시장 관계자들은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잘 나가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반응이 곧 ELS 시장의 위기를 반영한다고 본다. 대다수 시장 관계자들이 과열이란 지적에 귀를 닫은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특정 지수에 편향된 ELS 발행을 늘리는 것. 우리는 어쩌면 위기의 초입단계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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