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17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담당자와 업무양식이 바뀌면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자 돌아온 답변이다.금융감독원은 매 분기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상품·실적배당형상품·대기성자산(기타)에 각각 얼마가 투자되어 있는지 집계하고 공지한다. 이 통계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 당국과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분석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하지만 퇴직연금 시장 분석의 초석이 되는 금융감독원 통계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잘못 집계되고 있었다. 적립금 운용 현황 중 대기성자금이라고 표기해놓은 '기타자산'에 환매조건부채권매수계약(RP)을 포함시켜 계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상품 중 RP계약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대기성자산은 고유계정대 및 발행어음 등 현금성 자산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즉, 대기성자금이라고 표기해두고선 원리금보장상품까지 포함해 계산한 것이다. 이 오류는 3년여간 계속됐고, 심지어 알아차리지 조차 못했다. 이에 대해 지적하자 금융감독원은 부랴부랴 해당 게시물을 수정해 재공지했다.
오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퇴직연금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시장 동향 자료 곳곳에도 잘못 계산된 부분이 있었다. 물론 필요한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면 되는 일이지만, 원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계산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 그만두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90조 원. 앞으로는 10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한다. 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퇴직연금 의무도입'제도까지 시행되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핑크빛 전망만 있을 뿐 준비는 매우 미흡하다. 관련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더딘 것은 물론이고, 시장 분석의 가장 근본이 되는 통계조차 부실하다.
금융감독원은 아주 기본적인 통계치만 제공하고 있다. 적립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어떤 상품에 투자됐는지 정도가 통계의 전부다. 퇴직연금 시장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고 뒤로 물러선다. 탓은 사업자들에게 돌린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얼마나 운용이 잘 되고 있는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자금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도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알려주지 않아 모른다고 말한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필수적으로 집계해야 할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법정의무교육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중도인출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연금지급은 얼마나 됐는지 등 퇴직연금 시장 분석을 보다 다변화시킬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 정책은 시장분석에서부터 나온다. 분석은 통계가 기본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8년째.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덩치만 키우면 무슨 소용일까. 백년 사업인 퇴직연금을 키우기 전에 기본부터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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