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23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인사시즌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온다. 누군가는 또 옷을 벗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꿰찬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맘때면 찾아오는 연말 인사 소식은 늘 초면의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없다.오랫동안 사귄 출입처의 홍보맨이나 취재원들의 진급 누락 소식을 접하게 되면 말끝이 흐려지기 일쑤다. 핵심 취재원이 해외로 발령이 나거나 회사를 옮기기라도 할 경우에는 앞으로 쓸 기사 걱정에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 큰 불만이 없는 건 인사가 갖는 순기능 때문이다. 인사는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고, 근간이다. 시스템 속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인사'라는 양분을 먹고 움직인다.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는 평범한 교훈은 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은 이달 초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전무 2명, 상무 6명 등 모두 8명이 승진했다. 지난해에 비해 승진자수가 무려 24명 줄었다. 주요 보직의 인사도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공석이 된 부사장자리도 빈자리로 뒀다.
이는 최근 수년간 대우건설 인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것이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인사 축소는 업황 불투명성과 실적부진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진급을 기대했던 고참급 부장이나 차장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힘든 시기에 고통분담 동참을 요구하는 경영진의 호소에 대부분 이견이 없다.
이번 인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우건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옛 '대우맨'들은 작년 7월 서종욱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박영식 사장에 대한 힘 실어주기라고 입을 모은다. 인사 폭은 최소화했지만 박 사장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그가 경영 보폭을 넓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리비아 ‘트리폴리 멤버'로 불리는 박 사장의 수족들이 요직에 두루 배치됐다. 박 사장과 해외 현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한 임원은 영업전면에 나섰다. 이어 외주구매, 재무금융, 전략기획 등의 요직이 박 사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다른 보직도 장기간 그와 손발을 맞춰온 후배들이 맡았다. 반면 오래된 임원 몇몇은 회사를 떠났다. 일부는 계약직으로 전환해 간신히 방출을 면했다.
박 사장의 색깔을 찾아볼 수 없었던 지난해 인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 사장 스스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업무 수행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사장의 입지 강화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엑시트(자금 회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건설에 약 3조 2000억 원(주당 1만 5000원)을 쏟아 부었다. 내년 10월이면 대우건설을 인수한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지만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어떻게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박 사장에 대한 힘 실어주기는 늦은 감이 있다. 내년 이맘 때가 되면 올 인사 정책의 성과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박 사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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