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14]종목형 ELS의 실종과 지수형 ELS의 쏠림발행비중 2%로 추락…4개 주가지수에 기초자산 몰려
이상균 기자공개 2014-12-31 08:44:5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23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한해 ELS 시장이 양적으로 큰 성장을 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종목형 ELS들은 줄줄이 녹인 사태를 맞으면서 증권사들이 발행을 극도로 자제해 전체 비중이 2%대까지 축소됐다. 그러다보니 국내외 지수를 기초로 한 천편일률적인 지수형 ELS로 시장이 도배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지수형 ELS가 대세가 되면서 '녹인'에 대한 우려는 완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의 기회는 크게 줄었다. 그 많은 증권사들이 모두 엇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경쟁하는 것이 시장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시장 전체가 지수형 ELS로 넘쳐나면서 오히려 쏠림현상 심화로 인한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차화정의 폭락…떠나간 투자자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지수형 ELS의 발행 비중은 96.9%, 종목형 ELS는 2.3%, 혼합형 ELS는 0.8%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종목형 ELS의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0년 31.4%에서 2011년 23.9%, 2012년 13.2%로 매년 10%포인트 가까이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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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과 2월 종목형의 발행 비중은 각각 4.8%와 4.7%를 기록했지만 3월 3.4%, 4월 2.9%로 줄었다. 5월부터 7월까지 가까스로 2%대를 유지했지만 8월과 9월 1.9%와 1.2%를 기록한데 이어 10월과 11월에는 급기야 0%대로 추락했다. 사실상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목형 ELS가 사라진 것은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2011년 차화정 종목들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지난해부터 줄줄이 녹인에 진입하면서 50%가 넘는 손실율을 기록했다. 손실액이 수 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과 OCI, LG화학,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이 녹인에 진입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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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정 뿐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와 SK텔레콤, KT, 한진해운, 현대상선, GS건설,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 업종 대표주들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도 녹인 진입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함께 가장 많이 활용되는 종목형 기초자산인 현대차 ELS마저 11월부터 녹인에 진입하면서 종목형 ELS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일각에서는 종목형 ELS의 몰락을 녹인 진입 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종목형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아직도 존재한다"며 "다만 종목형 ELS의 쿠폰수익률이 10% 초반대에 머물면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판매마진을 다소 줄여서라도 쿠폰수익률을 올린다면 종목형 ELS의 발행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개 지수에 ELS 발행액 95% 이상 몰려
종목형 ELS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지수형 ELS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theW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 4개 지수(KOSPI200, HSCEI, EURO STOXX50, S&P500)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공모 ELS 발행액은 69조 9957억 원에 달한다. HSCEI가 23조 262억 원으로 가장 많고 KOSPI200 20조 4005억 원, EURO STOXX50 19조 2732억 원, S&P500 7조 2958억 원 등이다. 올해 공모로 발행된 ELS가 총 31조 5704억 원인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들 4개 지수가 대부분 2~3개의 기초자산으로 묶어 발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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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안하면 이들 4개 지수가 지수형 ELS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를 넘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수형 ELS의 점유율이 96%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들 4개 지수의 ELS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국내 증권사들이 ELS의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는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홍콩항셍지수(HSCEI), S&P500 등에 집중돼 있다. 이중 어느 하나의 주가지수가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폭락할 경우 국내 대부분 증권사의 ELS에서 동시에 손실이 발생하는, 말 그대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집단적으로 ELS 발행을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유동성위험에 빠져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주가지수가 특정 종목처럼 40~50% 이상 폭락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008년 6월 1만4452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09년 3월 7054로 9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당시 손실액이 수천 억 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닛케이지수는 기피 1순위가 됐고 그 빈자리를 HSCEI가 채웠다.
주가 지수보다 더 전망이 밝았던 금과 은, 원유 가격의 추락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때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으며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혔던 자산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할 경우 그 어떤 자산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과 은, 유가의 하락은 주가지수도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증권사에서도 이번 원자재 가격 하락을 충격이라고 받아들이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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