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 자본확충 방식도 효과도 달랐다 한진, 정책자금 의존…현대, 대주주에 기댄 증자외 대안 '無'
민경문 기자공개 2014-12-29 10:21:36
이 기사는 2014년 12월 24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극심한 유동성난에 봉착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기 다른 형태의 자본 확충 방안을 내놓았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신용을 근거로 한 영구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선 반면, 현대상선은 대주주에 의존한 순수 유상증자 방식을 택했다.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산업은행 등 정책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업황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 없이 버티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가 없었던 데다 최근 투기등급까지 떨어진 현대상선의 경우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한 조달 수단이었다는 분석이다.
◇정책자금·대한항공이 살린 한진해운, 신용도에 '긍정적' 효과
한진해운은 지난 18일 2000억 원 규모의 영구EB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이 향후 상환자금 부족에 대해 차액 정산을 보장하는 구조다. EB 등급이 대한항공(A-)과 같았던 이유다. 조현아 사태로 자금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1462%에서 800%대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영구채 발행 무산 등을 포함해 외부 차입을 통한 시장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7월에는 만기도래한 1530억 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가까스로 상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한진해운의 영구EB 발행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지원을 나섰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 규모는 총 800억 원으로 전체 발행금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체의 결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해운업체들이 독자 생존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라며 "그나마 국책은행이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진해운 신용도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 형태의 유상증자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던 옵션이었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 주가가 6000원 대(액면가 5000원)에 그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주당 발행가는 액면가격에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본시장법상 공모가를 액면가 밑으로 발행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을 모으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구나 유상증자를 할 경우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데 대한항공 역시 그만한 여력을 내기 어려웠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한진해운 재무 지원에 따른 신용위험 악화로 채권자의 반발을 사왔던 대한항공이다.
◇현대상선, 대주주에 의존한 유상증자가 유일한 옵션...현대엘리 초과청약에 주목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는 달리 교환사채를 발행할 만큼의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최근 투기등급까지 떨어진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회사채 등 외부 차입을 고려할 만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신속인수제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상선에 추가로 자금을 빌려줄 만한 은행도 사실상 없었다.
현대증권을 제외하고 주력 자산은 거의 처분한 상태여서 더이상 구조조정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웠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 6월 570억 원의 해외자본 유치에 이어 9월에도 600억 원어치의 상환우선주를 해외 펀드를 대상으로 발행한 바 있다. 현대상선으로서는 대주주에 기댄 유상증자가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2일 23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한진해운과는 달리 현대상선의 주가가 그나마 9000원 대(액면가 5000원)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조달 수단(영구 EB)은 차입금 성격이 강하지만 현대상선의 이번 거래는 순수 자본 확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라는 점이다. 현대중공업·현대건설 등 여타주주 참여 및 일반 공모 흥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과청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530억 원 규모의 증자 참여 자금(초과청약 포함)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조달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시장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제3의 조달 방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재무 개선 방안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치는 만큼 결국 내년 실적 회복이 최대 관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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