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필요한 이유 운용지시 없는 자금 많아…감독당국 '신중모드'

이승우 기자/ 최은진 기자공개 2015-01-13 11:10:43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2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특별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정해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디폴트옵션'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아무런 지시가 없어 원리금보장 상품에 자동적으로 가입되는 자금이 많을 뿐 아니라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일부 근로자가 극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기 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운용 지시 없는 자금 많아…극단적 포트폴리오 사례도

지난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된 규모는 82조2905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의 92.4%에 달한다. 예·적금을 비롯해 주가연계채권(ELB),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포함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절대적이다.

퇴직연금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있는 대기성 자금도 1조743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의 1.2%다. 대기성자금이란 원리금보장상품이나 펀드 등 어떠한 자산에도 투자되지 않고 현금으로 남아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에는 운용지시를 내리지 못해 방치된 자금과 만기 상품에 투자됐다가 재투자되지 못한 자금,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자금 등이 포함돼 있다. 운용 지시가 안 내려지고 있는 자금인 셈이다.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확정기여형제도(DC)에 가입한 근로자 중 운용지시를 안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며 "원리금보장상품이나 현금성자산으로 남아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잘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의 쏠림과 자금 방치와는 반대로 극단적인 투자 상품을 선택을 하는 가입자도 있다. 이경희 상명대학교 교수가 A 기업의 DC형 가입자 454명의 22분기 분기 투자성과(2007년7월~2012년10월)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개인별 투자성과가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하위 10% 근로자의 수익률은 전체 평균값의 65% 불과하고 또 상위 10%값의 49%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수익률과 최대수익률 간 10배 격차가 나는 것으로 일부 근로자의 경우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제도적 보완 필요"…감독당국 '신중모드'

때문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단순히 사업자 역량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퇴직연금은 은퇴재원인만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운용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원리금보장상품이나 현금성자산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에 가입된 자금 중 별도로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은 경우나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적립금은 미리 짜놓은 포트폴리오에 맞춰 운용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고용노동부가 학계 및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함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됐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산권 등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고 손실 등의 리스크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경희 교수는 "가입자의 투자성과가 지나치게 낮아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용자 및 퇴직연금사업자의 보완책 필요하다"며 "투자교육과 상담 등과 더불어 디폴트 펀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디폴트옵션은 운용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가입자들이 느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제도"라며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펀드가 대부분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퇴직연금의 펀드 가입률이 저조한데 이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고, 단품 대비 수수료 비중이 높은 펀드가 금융회사 이익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로, 우리는 특히나 원금보장을 중요시여기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도입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