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5000억 유증 6개월 앞당긴 까닭은?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 등 자금 수요 커..주가 오르자 기습적으로 유증 발표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07 08:05:24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6일 1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이후에나 계획하고 있던 5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6개월 가량 앞당겨 발표하면서 유증을 서둘러야 했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9300억원대에 달하고 항공기 도입 대금 등 투자 수요가 적지 않은 점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자 주채권은행도 모르게 급하게 유증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보다 기업 이익만을 지나치게 쫒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사실 5000억 원 유증 사안은 새로운 건 아니다. 대한항공은 2012년 말 구조조정을 통해 3조 5000억 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고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대외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구안 속에는 대한항공의 유증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초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와 별개로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적이 있다.
유증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고 실제 검토했던 사안이어서 새로운 건 아닌 셈이다.
다만 유증의 시기는 유동적이었고 규모도 확정돼 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유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손을 쓸 여력이 없었다.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완성 문제와 한진해운 정상화 문제가 더 급해 대한항공 자본확충 문제는 차일피일 뒤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채권은행들이나 시장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가 지나서야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주회사 체제는 거의 완성이 돼 가고 있고 올해 7월 경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위반 사항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또 한진해운 정상화 문제도 올해 상반기가 지나야 어느정도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대한항공 유증은 그 다음의 일로 여겨져 왔다.
실제 대한항공은 주채권은행에도 하루 전에야 유증 사실을 통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주요 계열사 재무 이벤트에 대해서는 미리 계획을 알리고 사전에 협의하는 게 관례지만 이런 관례를 깬 것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이날 급하게 유증을 발표한 배경엔 우선 최근 많이 오른 주가가 꼽힌다. 주가가 오르면서 1년전 같으면 3000억원 대에 그쳤을 유증규모가 5000억원대로 많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도 불구 대한항공 주가는 크게 올라 있었고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아울러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적지 않고 항공기 도입 대금 등 자금 수요 또한 많다는 점에서 더 이상 유증을 뒤로 미루기가 힘들다는 고위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상환 사채 규모는 9300억원 규모다. 차환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으나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 발행이 그리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최근 터진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대외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면서 회사채 차환 발행이 경우에 따라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유증 대금은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다가 항공기 도입 대금 등 예정된 자금 수요가 많아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유증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이익만을 지나치게 쫒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이미 각종 주식 게시판에는 이번 유증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계획됐던 유증을 더 미루기 힘들었던 자금 스케줄과 유증을 성공시키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는 건 재무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에서 대한항공 유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채권은행들은 바라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록 급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있으나 지금의 부채비율은 지나치게 높아 재무적 조정이 필요했던 때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 "자본은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돼 부채 비율은 약 200% 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한편 연간 약 200억원의 이자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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