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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금호산업 지분 5% 이하 축소 파장 ‘박삼구-김상열' 심리전 양상…호반건설 시장 존재감 '과시'

길진홍 기자공개 2015-01-27 08:11:05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6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흥부자는 주식 처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옛 오너는 ‘시장순리'를 들어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호남의 맹주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두 오너는 끝까지 속내를 감췄다.

국내 유일의 국적 항공사 인수합병(M&A) 딜로 불리는 금호산업 매각이 치열한 심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상열 회장이 이끄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공시 의무가 없는 5% 이하로 낮췄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스스로 금호산업 인수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섰다.

◇호반건설, 단기 주식 투자로 180억원 차익

호반건설은 지난 23일 금호산업 주식 34만 8000주(지분 1.21%)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호산업 주식을 처음 취득한 지 두 달 보름 여 만의 일이다. 지분율이 6.16%에서 4.95%로 떨어졌다. 처분가액은 주당 2만 3390원. 보유주식이 170만 주로 줄어든 가운데 38억 원의 차익을 건졌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금호산업 지분 취득 배경에 대해 순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소기 목적을 일부 달성한 셈이 된다. 무엇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충당금 이슈로 향후 차익 실현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의 경우 주가가 2만 4000원 대에 근접할 경우 충당금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채권단과 지급보증 채무를 주식으로 대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물어줘야 할 금액이 그만큼 커진다. 주가급등은 그래서 늘 부담이다. 최근 금호그룹 임원들의 잇따른 금호산업 주식 매각도 이 때문이다.

금호산업 주주 구성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7%를 보유 중이다. 주가 관리 차원에서 경영권 매각에 필요한 최소 지분 (50%+1주)을 제외한 7%가량은 언제든 시장에 풀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이 쉽지 않다고 내다 본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평균 매입가는 1만 2392원. 아직 210억 원(170만주)어치의 주식이 남아 있다. 26일 종가인 2만 550원에 모두 처분할 경우 140억 원가량의 투자차익을 건지게 된다. 이번 주식 매각대금을 더하면 차익 실현 규모가 180억 원에 달한다.

금호산업 주가 추이

◇김상열 회장 존재감 확대...우군 확보 관측 제기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공시 의무가 없는 5% 아래로 낮추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실상 시장 레이더망에서 호반건설이 사라져버렸다.

매각 주체인 채권단은 그 동안 호반건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식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경영권 매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지속적으로 호반건설에 인수의향 여부를 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이 축소되면서 더는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의 지분 매각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 금호산업 투자설명서(티저레터)가 뿌려진 시점과 일치한다. 오는 28일에는 채권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분 매각은 시장 반응을 살피고, 우군을 추려 금호산업 전략을 재정비하려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영권 매각이 임박해 호반건설이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잠재 인수후보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삼구 회장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박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금호산업 인수의 정당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왕양 중국 부총리와의 오찬에서는 시장순리를 말했다. 그 이면에는 (금호산업은) 원래 주인한테 돌아가는 게 이치에 맞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

호반건설 ci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 변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눈을 돌릴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이 30%로 낮은 편이다. 박 회장과 척을 지고 있는 금호석유화학도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 주식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유통물량도 금호산업에 비해 많다. 호반건설이 이번 거래에 진정성이 있다면 금호산업보다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 보유 중인 금호산업 주식 일부를 처분한 것"이라며 "다른 금호그룹 계열 주식 취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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