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다시 품은 한국타이어, '다크호스' 오릭스 PEF 조성, 인수자금 절반씩 부담‥위닝프라이스 '1조 육박'
한형주 기자공개 2015-02-09 09:17:53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6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렌탈 인수전에서 한국타이어의 입지는 '유력 후보'로 보기엔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과연 여력이 되는지'에 늘 물음표가 붙었다. 딜 사이즈가 KT렌탈을 압도하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1조 원 넘는 금액을, 그것도 시장성 자금에 내부 유보금까지 털어 충당한다는 점이 이같은 의구심을 뒷받침했다.이제는 상당 수 관계자들이 이번 거래에서 한국타이어의 우세승을 점친다. 바로 '돌아온 오릭스' 때문이다.
◇ KT, 프로그레시브 비딩 추진..한국타이어·SK네트웍스·어피너티 '3파전'
예상대로 KT는 '프로그레시브 비딩(경매식 호가입찰)'을 택했다. 4일 인수 후보들에게 연락을 돌려 전보다 우호적인 가격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 한국타이어, SK네트웍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 에스에프에이(SFA), MBK파트너스-IMM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등 여섯 곳이 대상. 이 중 SFA와 MBK-IMM PE 컨소는 '9000억 원 이상'이라는 새 가격 조건에 부담을 느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따라서 일단 기본 구도는 4파전인데, 롯데에 대해선 "여전히 인수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딜에 정통한 사람들은 사실상 '한국타이어-SK네트웍스-어피너티' 3파전 양상으로 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후보가 한국타이어, 정확히는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이다.
◇오릭스, 이번엔 FI로…한국타이어와 '재결합'
KT렌탈 본입찰(지난달 28일)에 불참한 오릭스는 얼마 안지나 뒤집기 전략을 세운다. 당초 컨소시엄을 만들려다 실패한 한국타이어와의 재결합 시나리오였다. 본입찰 전까지만 해도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한국타이어와 대등한 입장에서 KT렌탈 지분 인수를 추진했던 오릭스. "이번엔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지원할 테니 다시 손잡자"고 한국타이어 측에 제안한다. FI로 나설 경우 일본 본사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
자금력을 의심받던 한국타이어로서는 마다할리 없는 조건이다. 입찰 직전 오릭스로부터 '컨소시엄 참여 철회' 의사를 통보받고 응찰 포기까지 생각했던 한국타이어다. '그래도 준비한 제안서까진 내본다'는 복안으로 입찰 당일 급히 계열사(아트라스BX)를 불러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래저래 유력 후보자 명단에선 벗어난 느낌을 줬다.
하지만 오릭스의 전격 출현으로 다시금 판도가 바뀌었다는 관전평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오릭스는 KT 등 매각자 측 내부에서도 "딜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받던 후보다. 비록 역할(FI)은 달라졌지만, KT렌탈 인수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T'Station)' 브랜드 네트워크와 자사의 일본 현지 자동차 렌탈 비즈니스 간 제휴폭을 넓힌다는 기본 전략엔 변함이 없다.
◇한국타이어-오릭스, 수정 입찰가 대폭 상향 관측
KT의 경매호가 도입으로 다시 안올 기회를 잡은 한국타이어-오릭스는 수정 입찰가를 상당폭 상향 조정했을 걸로 관측된다. 오릭스가 애당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승인 받으려던 위닝 프라이스가 1조 원에 근접하는 만큼 이를 넘나드는 금액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승부를 뒤집으려면 이참에 가격을 대폭 끌어 올려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
오릭스는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 선·중·후순위로 나눠 출자자(LP)를 모집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를 후순위 투자자로 끌어들인 뒤 일본 본사에서도 일부 지원을 받아 앵커 LP로서 중순위 투자를 맡기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 중심의 선순위 투자자군을 보강할 방침이다. 이는 오릭스가 최근 설정한 현대증권 지분 인수구조와 유사한 툴(tool)로, 인수금융은 활용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한국타이어와 오릭스 양사 간 지분투자 비율은 50대 50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가격 부담을 크게 줄인 가운데 보수적 색채가 강한 KT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호가 경쟁을 유도했을지, 경쟁사와의 격차를 얼마나 벌렸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일단 SK네트웍스와 어피너티 등 대부분 원매자들은 수정가로 9000억 원 이상을 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래 관계자는 "4개 후보 중 유일하게 컨소 형태로 참여하는 한국타이어로서는 오릭스와 함께 KT렌탈을 인수한 뒤 기대되는 시너지를 가격에 반영할 여력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라며 "이번 인수전의 승자로 한국타이어를 꼽는 목소리가 많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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