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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 연임 반대하나 주주제안 관철위한 협상용 카드로 꺼내들 가능성

김선규 기자공개 2015-02-11 09:24: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0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등 2대주주로서의 주주제안권을 발동시킨 녹십자가 이 제안을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의 연암 반대카드를 꺼내들 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은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이지만 녹십자로서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고려해 볼 수 있는 협상용 카드여서 실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상대로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안 등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가운데 녹십자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대다수 기업들은 늘 하나의 사안으로만 주총에서 싸우지 않았다.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분쟁 상대방의 제안을 반대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 경우에 따라 주총이 열리지 못하게 하거나 주총을 연기시키는 전략도 사용한다. 지난 1년여동안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던 녹십자가 전격적으로 주주제안 등 분쟁의 불씨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올해 주총은 상당한 파행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녹십자의 다음 행보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사회에서 상정한 주총안을 표대결을 벌여 반대하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안을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시킬 예정이므로 이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협상용 카드로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분쟁 기업들의 전례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하나를 반대하며 하나를 얻는 전략이다.

유력한 네거티브 카드는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의 연임 반대 카드다.

녹십자가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의 연임 반대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는 일단 이 회장 연임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연임 반대 카드를 들고 나와 일동제약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치 회장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중 하나다. 아직 이 회장의 연임여부를 주주총회에 상정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장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대안이 없어 이 회장의 연임 상정안은이사회에서 무난히 통과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주총회다. 녹십자는 지난 6일 주주제안서에서 사내이사를 제안하지 않아 추천권이 사라졌지만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수 있는 권리는 살아있다.

녹십자는 이 회장 연임 반대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연임반대 카드를 들고 나와 일동제약을 압박할 수 있다. 녹십자가 이 회장 연임에 반대에 나설 경우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이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일동제약 오너인 윤원영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이 일동제약 지분 32.52%를 보유하고 있어 일부 우호 주주만 확보한다면 이 회장의 연임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녹십자도 만만치 않은 지분율(29.36%)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거티브 전략으로 이 회장 '흠집내기'에 들어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오너인 윤 회장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동제약의 실적 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게 흠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실적 결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 3분기 실적을 비춰보면 시원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기업의 실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실적 하락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녹십자가 지난해 실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성과에 발목을 잡는다면 연임이 부결될 가능성도 높게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동제약은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도 나오지 않아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녹십자가 이 회장 연임여부에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다면 일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이 회장 연임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가 이 회장 흠집내기 들어간다면 일동제약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녹십자가 이 회장 연임 반대 카드를 자사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안과 맞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대신에 자사의 이사 선임 요구안도 받아들여 달라는 딜이다.

일동제약에게도 솔깃한 제안이다. 2대 주주인 녹십자의 이사회 진출을 마냥 거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외이사 자리 하나를 녹십자에 넘겨주더라도 경영권 방어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오너와 회사 내부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의 연임이 부결된다면 일동제약은 상당한 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와 일동제약 간에 딜이 성사된다면 양사 모두 자사가 원하는 의안을 순조롭게 마무리 할 수 있다"며 "주총 전까지는 지분율이 높은 일동제약이 키를 쥐고 있지만, 실리를 챙기기 위해선 딜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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