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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100조 시대, 지각이 바뀐다 [퇴직연금시장 분석]빠른 성장세 당분간 지속 예상…DC형 확대, 증권사업자 분전

이승우 기자공개 2015-03-06 14:55:45

이 기사는 2015년 02월 27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9년 만에 적립금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월급 생활자에게 꼭 필요한 세제 혜택의 효과로 빠른 속도로 자본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적립금 100조 원 시대를 맞이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터줏대감인 은행의 점유율이 정체를 보이는 반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형)이 부각되면서 증권 사업자들이 분전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성격이 저축에서 투자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권역에 관계없이 퇴직연금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마치 퇴직연금 시장을 놓치면 자신들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경쟁에 임하는 자세가 비장하기만 하다.

◇적립금 100조 돌파, '정책효과' 지속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07조6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조768억 원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27% 급증한 것으로 최근 3년래 최대 증가폭이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사업장은 27만5000곳(도입률 16.3%)으로 전년 대비 2만1000곳(1.2%p) 늘어났다. 가입근로자도 535만3000명(가입률 51.6%)으로 50만1000명(4.8%p)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퇴직연금 적립금 현황(출처: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 퇴직금이 자동적으로 매년 쌓일 뿐 아니라 퇴직연금 가입 기업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퇴직연금 제도 도입과 퇴직금의 사외적립을 유도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으로는 개인의 노후 대비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 일환인 퇴직금의 연금화는 결국 기업에 유보된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된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인이 상반기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된다. 이미 올해 7월부터는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근로복지공단 주도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도입된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단계적으로 사외 적립비율을 높여야 해 앞으로 적립금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퇴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전력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그 외 SK하이닉스와 대한항공 등 적립금 규모가 상당한 대기업들도 퇴직연금 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굵직굵직한 공기업들도 올해 퇴직연금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DC형…'기회' 잡은 증권사

규모 뿐 아니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 정해진 수익률만 받는 DB형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DC 형 비중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DC형의 경우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해 향후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 퇴직연금 형태로 그만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작년말 퇴직연금 적립금중 DC형 비중은 21.7%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011년 16.2%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DB형 비중은 작년말 기준 70.6%.

업권별 퇴직연금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비율 추이(단위:%)

DC형의 증가는 결국 증권 사업자들의 선전과도 직결돼 있다. 예·적금과 저축성보험 등 확정금리형 상품과는 다른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잘 꾸리면서 DC형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 작년말 증권사업자들의 적립금 비중은 17.1%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은행사업자가 대부분을 잠식한 시장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반면 은행 사업자들은 지난 2013년 적립금 유치 비율이 50.9%로 꼭지를 찍은 이후 지난해 소폭 하락했다. DC 형 증가라는 환경 변화에 퇴직연금 시장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퇴직연금 시장의 빅뱅을 예고하는 사업자가 있다. 바로 자산운용사다. 현재는 은행과 증권사 등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펀드 상품 제공으로 간접 참여하고 있지만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사업자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자산운용사가 기업 내지는 기금과 직접 위탁 운용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솔루션본부를 만들어 퇴직연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전략을 세우고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여전히 DB형, 그리고 원리금보장 상품에 치중돼 있지만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사업자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여건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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