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06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격호. 일본명 시게미츠 타케오. 지난 1922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울산농고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장사를 시작했다. 국적은 한국이며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한국 나이로 올해 93세.신격호 회장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껌과 과자'를 팔아 출세한 인물이다. 전후 일본에서 비누, 크림 장사로 시작해 천연 치클로 만든 껌을 개발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부동산 투자의 귀재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유통업이 사세를 확장하는 수단이었다면 부동산은 부를 축적하는 근본이 됐다.
청년 사업가 신 회장은 전후 일본에서 닥치는 대로 땅을 사들였다. 껌과 과자를 팔아 번 돈으로 도쿄의 맹지와 습지 등 쓸모없는 땅을 매입했다. 그가 확보한 땅은 196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금싸라기로 거듭났다. 전철이 들어서고, 도로가 깔리면서 어느새 도쿄 중심 시가지가 됐다.
사업수완이 좋았던 신 회장은 유통업의 본질은 ‘부동산'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보다 땅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으며, 개발 사업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렇게 번 돈은 그의 장사 밑천이 됐다.
지난 1967년 한국진출 후에는 부동산 투자가 더욱 정교해진다. 일본의 고도성장기 부동산 가치 상승을 경험한 신 회장은 서울과 지방의 토지를 잇따라 사들인다. 시간은 늘 그의 편이었다. 일본의 뒤를 이은 한국의 근대화는 신 회장에게 막대한 부동산 차익을 가져다 줬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 들어와 지방 각지를 돌며 신사업을 지시하고 돌아가면 한국에 있는 참모들은 그가 일대에 소유한 땅을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주변 지하철역과 연계해 마트와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섰다. 연 매출 83조 원(2013년 기준)의 거대 ‘유통 공룡' 한국롯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부동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은 지금도 최고의 부동산 투자 고수로 신 회장을 꼽는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전후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부동산 개발로 부를 일군 유일한 기업인이자 디벨로퍼이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는 신 회장이 기업가로서 긴 여정을 마감하고, 정리하는 마지막 사업이다. 한 세대를 풍미한 디벨로퍼가 남기는 유언장 같은 것이다. 일본 도쿄의 허름한 상점에서 시작해 높이 550m의 서울 최고층 빌딩 준공을 눈앞에 두는 데 70여 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시간은 이번에도 그의 편이 돼 줄 것인가. 롯데월드타워 123층 전망대에 서는 날 신 회장이 던질 메시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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