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차입경영 이미 시작..조달 얼마나 늘까 현금흐름 저하, 작년 차입금 1조 증가…한전부지 인수, 시설투자 비용 급증
황철 기자공개 2015-05-08 09:37: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6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직간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은행권 장단기 대출로 차입금을 크게 늘렸고, 거의 4년만에 회사채 발행도 재개하기로 했다.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전 부지 인수와 자체적인 신증설 투자로 자금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영업환경 변화와 함께 잉여현금창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도 조달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써 기아차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온 차입금 감축 기조를 자의반 타의반 중단하게 됐다. 향후 한전부지 개발 등에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조달을 더욱 늘려나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차입금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011년 이후 이어진 실질적 무차입 상태도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만의 회사채, 직·간접금융시장 조달통로 확대
기아차는 다음달 말 최소 3500억 원, 최대 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기아차의 채권 발행은 지난 2011년 11월 3000억 원 발행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당시 기아차는 2008년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때였다. 발행량도 차환수요에 대응하는 데 그쳤다. 2012년부터는 별도 기준 연간 1조~2조 원에 달하는 왕성한 잉여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그 결과 2008년말 무려 10조 원에 육박하던 총차입금은 2012년말 3조 원으로 급감했다. 현금도 넉넉하게 비축해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5조 원대에서 마이너스(-) 1224억 원까지 줄었다. 이 때부터 기아차는 실질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며 극강의 재무여력을 나타내 왔다.
사업 호조로 잉여현금이 차곡차곡 쌓여 지난해말 개별 기준 현금성자산은 5조8408억 원에 이르렀다. 순차입금 규모도 마이너스(-) 1조7126억 원으로 재무부담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재무상황을 꼼꼼히 뜯어보면 다분히 부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매출채권 회수 부진과 재고자산 증가가 맞물려 영업현금흐름이 전만 같지 않아졌다. 대규모 투자 집행으로 잉여현금흐름도 급격히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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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자산이 전년 대비 1조 가량 증가했지만 차입금 순증 속도가 더 빨랐다. 지난해 기아차의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4조1283억 원으로 전년 2조7795억 원보다 1조3488억 원이나 늘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미 차입금 확대가 시작됐기 때문. 지난해 늘어난 차입금은 모두 은행권 장단기 대출로 구성돼 있다. 5000억 가량의 단기 무역금융과 국내외 은행권에서 1조 원이 넘는 시설자금을 빌렸다.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자금회수가 더뎌지자 금융권에 수지 공백을 메운 것. 지난해 기아차의 운전자본은 1조1457억 원으로 전년 295억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8118억 원으로 전년 3조7903억 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CAPEX 등 자본적 지출로 1조6000억 원, 배당금으로 2835억 원이 쓰여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54억 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부터 5년간 지속해온 잉여현금흐름 흑자 행진의 종료였다.
◇잉여현금흐름 저하, 조달 필요성 증가
앞으로 한전 부지 인수에 2조1000억 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여 차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대출과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을 병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채권 발행 역시 차입 수단 다변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전 부지 인수 후에도 관련 개발에 적잖은 돈이 들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외 자동차 공장 신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5조 원대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유동성 대응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레버리지 경영의 대세를 막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외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비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유사시 재무적 버퍼를 구축하려면 대규모 현금 소진보다는 저금리 기조 하에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 인수를 계기로 기아차의 차입 필요성이 증가했고 증권업계에서도 최고의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현대·기아차의 위상을 고려하면 누구보다 저금리 조달이 가능해 무리하게 차입금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고집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오는 8월 1000억 원, 11월 20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내년에는 달러표시채권 1억5000만 달러도 갚아야 한다. 시장성 조달에 나설 경우 만기도래 시점에 차환 수요 이상의 자금마련에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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