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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신용등급 방어 이대로는 어렵다 실적 부진 지속, 차입부담 재상승…AA+ 유지 중장기 전망 '부정적'

황철 기자공개 2015-05-29 10:34:51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유통그룹의 주력사인 신세계의 신용등급이 13년만에 떨어졌다. 업종 내 대표기업이라도 초우량 신용도에 걸 맞는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등급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자연스럽게 신세계의 최대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방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쇼핑은 신세계와 함께 유통사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기업이다.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컸고 최근 업황 부진으로 영업실적 역시 저하 추세에 놓여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때 당장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성장성 둔화와 대규모 투자금 회수 지연 등을 감안할 때 신용등급의 하방 압력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업계에서 현재 재무구조 분석을 벗어나 향후 실적 전망을 선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신용등급 하향이나 아웃룩의 '부정적' 조정 등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 효과만으론 부족하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1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20%나 영업이익이 줄었고 매출규모도 역성장했다. 올해 1분기 역시 어닝쇼크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 267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3%나 감소했다.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20%나 빠진 1154억원에 그쳤다.

재무부담 역시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세일 앤 리스백(Sale &Lease Back)으로 차입금 감축에 성공했지만 여기가 끝이었다. 1분기 외부조달은 늘고 현금성 자산은 줄어 순차입금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4조2803억원으로 전년 4조6819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줄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4조2907억원 상승 전환했고 1조원이 넘던 현금성 자산도 7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순차입금은 3조5607억원으로 불과 3개월만에 3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로 인한 자금 과부족의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부진과 규제 이슈 등으로 유통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규점 출점과 임차료 증가 등으로 인한 재무부담도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해 온 대규모 투자의 효과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

투자비 회수 지연은 신용평가사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세계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한국기업평가 역시 롯데쇼핑의 등급 변동 요인으로 투자 성과의 발현 여부를 꼽고 있다.

한기평은 지난 2월 회사채 발행을 위한 본평가에서 "대규모 신규투자, 해외출점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그러나 투자성과 지연으로 수익성과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동반 저하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평은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총매출액 7% 이하', '총차입금/OCF 5배 이상'을 신용등급 하향의 재무트리거로 제시했다.

한기평의 이같은 우려는 상당 수준 현실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EBITDA 창출력 부진으로 2012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대규모 투자와 함께 차입금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4년말 OCF/총매출액 비율은 7.49%로 하향 트리거에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9.45%, 2013년 8.70%로 연간 1%포인트 안팎 떨어지고 있다. 1분기말 9.17%로 상승했지만 매출 성장 부진에 기인한 측면이 커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관련 비율 추세와 업황 부진 전망을 감안하면 올해 연말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건드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총차입금/OCF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자산 유동화의 영향으로 2014년말 기준 3.55배로 다소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1분기 순차입금 증가 추세로 볼 때 이 역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실적 전망 선반영 분위기, 신용평가 변수되나

결론적으로 한기평의 재무트리거로만 따지면 당장 AA+ 등급을 반납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유통사로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상당해 당장 신세계와 같은 충격적인 등급 하락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의 경우 이마트와의 분리 이후 자체적인 재무구조가 크게 약화된 점이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체신용도 공개를 앞두고 아마트와의 통합경영을 배제한 자체 재무구조에 대한 깐깐한 재평가가 이뤄진 영향이었다. 롯데쇼핑과는 다소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다.

그러나 부진한 업황과 롯데쇼핑의 재무부담 추가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과거 재무실적을 기준으로 한 평정 방식에 대한 적합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장래 실적 전망을 선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향후 재무실적에 대한 불신이 지속될 경우 선제적인 신용등급 하향이나 '부정적' 전망 부여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 적어도 현재와 같은 실적 저하와 재무부담 확대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이후 AA+ 신용등급을 반납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의 공격적 경영 지속은 그 자체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를 사왔고 실제로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투자의 효과 창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초우량 신용등급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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