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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법인, 신용등급 '안갯속' 지배구조 위상 강화 신용도 긍정적...건설·상사 리스크는 제약 요인

이길용 기자공개 2015-05-29 10:34: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8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모직(AA+, 안정적)과 삼성물산(AA-, 안정적)의 합병 결정으로 신용평가사들이 합병법인에 대한 등급 평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합병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AA+에 올라 있는 제일모직의 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리스크가 큰 건설·상사 부문이편입된다면 신용도를 제약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논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몇 달 남지 않은 합병 전까지 등급을 결정해야 하는 신평사들이 분주해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2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스페셜 코멘트를 냈다. 아직 등급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어 합병 절차를 지켜본 후 평정하겠다는 논지의 의견이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신용등급이 없는 한국신용평가는 삼성물산을 상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신평사들은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공통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지닌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두고 있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 또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법인의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정할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합병으로 보유 계열사 지분이 확대되고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리스크가 큰 건설·상사 부문의 편입은 신용도를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의 실제 신용등급이 사업·재무 항목 평가보다 다소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한 등급이라는 지적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를 가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 외 삼성그룹 오너들은 제일모직 지분 42%를 보유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대규모로 넘겨 받게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지분율 4.1%), 제일기획(12.6%), 삼성엔지니어링(7.8%), 삼성SDS(17.1%), 제일모직(1.4%)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2조 원이 넘는다. 합병법인이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강화된 점을 고려하면 제일모직이 보유한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삼성물산의 건설·상사 부문 사업·재무안정성이 신용도를 제약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지분가치가 제일모직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건설·상사 부문의 업황 리스크와 부진한 수익성, 불어난 차입금은 크레딧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부문의 리스크와 재무안정성으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등급이 두 노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모직과 합병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합병법인의 신용등급이 AA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평사들은 내부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신용도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두 가지 논리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정 논리에 따라 신평사들끼리 합병법인 등급이 갈릴 수 있어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최종적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영위하는 산업이 다르고 기존 평정 논리에도 차이가 있어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합병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성급하게 신용등급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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