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14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가 사업부 분사를 통해 또다시 종업원 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사업부문 분사로 10여 곳의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든 삼성전기는 모듈사업을 넘기면서 7년 만에 다시 신생회사를 설립했다.

14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사업부 분사로 신생 종업원 지주회사가 탄생한다. 삼성전기는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파워·튜너·ESL(전자식 가격표시기) 모듈 업을 분사해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의 신설법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법인명은 아직 검토 단계에 있지만 해당 사업부문의 국내외 임직원 22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한다.

삼성전기의 사업부 분사로 종업원 지주회사가 설립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7년만이다. 지난 2008년 6월에는 삼성전기 SAW필터 사업부가 분사해 '와이솔'이라는 종업원 지주회사가 설립됐다. 이 외에도 삼성전기 사업부 분사로 탄생한 종업원 지주회사만 10여 곳에 이른다.

삼성전기가 종업원 지주회사 배출의 산실이 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다. 지난 2002년 삼성전기 사장으로 부임해 온 강호문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포문을 열었다. 전해콘덴서, 미니프린터, 세라믹필터, 유전체 필터 등 총 2100억 원 매출을 내는 11개 제품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4년 동안 20여 개 제품을 구조조정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원 이상이다.

이 시기 종업원 지주회사들도 대거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분사된 프린터부품사업부문으로 2002년 설립된 '빅솔론', 2004년 설립된 광학필터업체 '나노스'와 키모듈업체 '에스맥', 광픽업업체(2006년) '아이엠' 등이다. 이 업체들은 분사 후 사업을 해오다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하고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등 자생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에스맥은 키모듈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터치스크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번에 탄생할 새로운 종업원 지주회사도 앞선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넘겨 준 것이지만 해당 사업에만 집중하는 회사로 따로 꾸리기에는 손색이 없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회사가 삼성전기 소속일때부터 확보하고 있던 매출처를 그대로 유지하며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장점이 된다"며 "개별 사업을 놓고 봐도 오래 전부터 생산해오던 제품들이라 그렇지 현재도 필수적으로 쓰이는 것들이 대다수라 중소규모의 회사를 꾸려 사업을 하기에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도 일거양득이다. 사업부 정리로 회사 전반의 수익성을 챙기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신생 종업원 지주회사와 사업 협력을 맺거나 제품을 납품받을 수도 있다. 사업부가 그대로 이관되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해오던 사업이라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사업 협력을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고 단순 구조조정보다 생산적인 방법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