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SK케미칼 백신시장 놓고 '정면승부' 4가 백신 상용화 앞두고 세포-유정란 배양 방식 경쟁
김선규 기자공개 2015-08-20 08:45: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9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와 SK케미칼이 백신시장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사 모두 4가 독감 백신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향후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19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와 SK케미칼은 4가 백신 개발을 마치고 생산을 앞두고 있다. 녹십자는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SK케미칼은 세포 배양 방식으로 4가 백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4가 백신은 1회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백신으로 현재 시장에 판매되는 3가 백신보다 바이러스 1종이 더 포함돼 있다.
그간 백신시장은 녹십자가 주도해왔다.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한 녹십자는 국내 유일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보유하며 독보적 위치로 줄곧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해왔다. 2009년 완공된 5000만도즈 규모의 생산설비와 개발역량으로 앞세워 국내 백신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하지만 백신시장을 주도했던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다른 제약사와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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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4가 백신의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 중이다. 글로벌 산업분석 업체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독감백신 시장은 2017년까지 4가 백신으로 완전히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 독감백신 시장도 2021년 4가 백신으로 완전히 교체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업체들도 4가 백신 개발에 열을 올렸다. 가장 먼저 개발에 착수한 업체는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가 백신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1년 여 만에 임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질세라 녹십자도 비슷한 시기에 4가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양사 모두 백신 생산을 위해 공장 증설도 마무리했다. SK케미칼은 2012년 20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안동에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세포배양 백신 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1억 5000만 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안동공장은 단일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녹십자 또한 1150억 원을 들여 백신공장을 2008년 완공했다. 이 백신공장에서는 연간 5000만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안정적인 생산설비 확보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11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공장 증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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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과 녹십자 모두 4가 독감백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제조기술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K케미칼은 기존의 독감백신 생산기술인 유정란방식이 아닌 세포배양방식으로 4가 백신을 개발했다. 세포배양방식은 닭의 유정란 대신 동물 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생산에 착수해 2개월 내의 짧은 기간에 백신 공급이 가능하며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유정란 수급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녹십자는 유정란방식을 통해 4가 백신 개발을 마쳤다. 유정란 배양 방식은 오랜 역사를 통해 안정성이 입증됐고 세포배양 방식에 비해 생산 단가 면에서 유리한 것이 장점이다.
시장에서는 녹십자의 백신 경쟁력에 좀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유정란 배양 방식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안정성이 입증된 덕분에 시장 확대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에서도 유정란 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증권사 연구원은 "세포배양 방식이 안정성이 입증된 유정란 방식을 대처할 만큼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제기구 입찰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 입찰을 수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방식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격을 기존의 유정란 백신과 비슷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또한 마케팅을 강화해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와 판매 연계해 영업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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