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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에게 하고 싶은 말 '고진감래'

한형주 기자공개 2015-09-02 11:05:3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Q 모 대표에겐 얼굴 보자는 얘기 꺼내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한다. 심지어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도 'always busy'.

역설적으로 그와 H&Q 임직원들에겐 악몽과도 같았을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상상해 본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에스콰이아 사태'는 불과 2년 전 하이마트를 롯데에 팔아 대박(원금 2배 수익)을 낸 H&Q에게 종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유명세를 안겨줬다.

그 여진은 올해까지 이어져 대표가 감독기관도 아닌 국민연금(LP) 감사실에 불려가는 엉뚱한 일도 벌어졌다. 이젠 기대만 못한 3호 펀드 소진 실적마저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 이쯤 되니 그도 바쁜 게 정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H&Q 2호 펀드 현황을 조금은 낙관적으로,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 보자. 포트폴리오에 담긴 기업은 에스콰이아·하이마트·블루버드·메가스터디·하나마이크론 등 5개다. 이 중 ㈜이에프씨(에스콰이아)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 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니 거의 다 잃었다고 치자. 앞서 하이마트엔 900억 원을 투자해 1700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여기서 약 800억 원을 남겼으니 에스콰이아까지 포함해 ±0인 셈이다. 다른 에셋인 블루버드는 최근 8%대 내부수익률(IRR)로 엑시트(자금 회수)했다.

남은 건 메가스터디와 하나마이크론 뿐. 사실 H&Q 입장에서 메가스터디는 에스콰이아 못지 않은 골칫덩이다. 주당 인수금액은 10만 원을 넘었는데 시가는 분할 재상장 이전 기준으로도 반토막 수준이다. 하나마이크론의 경우 주가는 6000원대로 역시 매입가(약 1만 1000원)에 다소 못 미치지만, 시장에서 털고 나갈 게 아니어서 장내 가격흐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물색, 지분을 넘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H&Q 자체적으로 IRR 10%까지 내다보고 있다. 즉 메가스터디가 야기할 수 있는 투자 손실을 하나마이크론으로 최대한 만회하는 게 관건. 우려는 되나 절망하긴 아직 이르다.

해묵은 성과로 치부돼도 H&Q가 1호 펀드 투자금(2330억 원)을 배로 불려 출자자 국민연금 등에게 돌려준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그 저력을 인정한 LP들이 '믿고 보자'로 2, 3호 펀드까지 총 1조 2000여억 원을 약정해준 것도 외면하기 어렵다. 2호 펀드는 만기를 1년 연장해 내년 6월까지 시간을 벌어놨다. 3호 펀드엔 실탄이 넉넉하다. H&Q는 아마 오늘도 정신없이 보낼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한 이들에게 비판도, 그리고 응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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