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28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을 두고 법정에서 격돌했다. 형제가 직접 법정에 나오진 않았지만 양측 법률 대리인은 1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 주요 주주로서 중국 등 해외사업 부실을 감독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며 회계장부 열람 요청을 거부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8일 서울중앙지법 동관 제358호 법정에서 민사합의51부(조용현 부장판사) 주관으로 열린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측 법률 대리인은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3.4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라며 "롯데쇼핑의 중국 등 해외 사업의 심각한 부실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확한 부실 내역을 파악하고, 감독·시정할 목적으로 주주의 지위에서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재판부에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부실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말 개별기준 롯데쇼핑의 당기순이익은 5450억 원이지만 중국의 주요 종속회사 당기순손실은 5549억 원"이라며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했고 4년간 누적 손실을 1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손실액은 롯데쇼핑 감사보고서에 나온 주요 종속회사 내용만 취합한 것이며 드러나지 않은 회사들의 손실도 확인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원준 현 롯데쇼핑 대표가 중국사업부에 대해 에비타(EBITDA) 기준 1600억 원의 손실을 봤을 뿐, 1조 원 부실은 과장됐다고 주장한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에비타는 기업이 M&A 등을 할 때 사용하는 특수지표일 뿐 통상적으로 실적을 설명할 때 사용되지 않는데, 이 대표는 에비타 손실액을 운운하면서 이례적인 기준으로 부실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롯데쇼핑의 해외투자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했다. 롯데쇼핑이 지난 2008년 중국 인타이그룹과 합작해서 설립한 인타이롯데가 대표적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은 합작회사인 인타이롯데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난 2013년 417억 원 규모의 불균등 무상감자를 진행했고 이를 지분법 손실로 처리했다"며 "게다가 롯데쇼핑은 지분이 더 많았는데도 인타이롯데 경영권을 갖지 못했고 손실 책임만 일방적으로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그는 칭따오 롯데마트, 중국 럭키파이, 롯데유럽 법인 등의 손실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준비해 온 자료를 동원해 신 전 부회장 측 입장을 반박했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의 회계장부 열람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상법상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신청을 할 수 있지만 목적이 부당한 경우에는 이를 불허하고 있다"며 "회계장부가 영업기밀과 관련된 만큼 악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주주 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론을 통해 스스로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형사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결국 회계장부 열람은 형사소송 진행을 위한 절차로 해석되며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그룹 모든 계열사의 내부 자료를 취합할 것을 예고해 그룹사 전체에 대한 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동주 전 부회장의 회계장부 열람 신청은 회사와 주주 공공이익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통해 전근대적인 가족기업에서 투명한 국민기업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며 "신 전 부회장이 회계장부 열람 등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가면 면세사업권 획득과 상장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명백하게 회사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사업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은 중국 진출을 직접 결정했으며 이후 상세보고를 받아왔다"며 "신 총괄회장이 중국에서 백화점을 20~30개, 마트를 100~200개로 늘리라고 지시했으며 런던에까지 상장돼있는 롯데쇼핑에서 부실보고가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심문이 끝날 때까지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마지막 발언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 법률 대리인이 제출한 63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보면 40페이지가량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찬양과 회계장부 열람과 관계없는 호텔롯데 상장과 면세사업에 대한 설명"이라며 "더불어 53페이지에는 너무나 적절하게도 '신청인 신격호는 현재 피 신청인 회사의 대표이사이므로 언제든지 피 신청인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고 적시해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써있는 내용대로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이 서류를 가져다주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말만 이렇게 해놓고 여전히 서류 제공은 거절하겠다는 뜻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절차상 감사가 위임 받지 않은 상황이라 뭐라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중국 사업부실에 대해서는 분기별 IR설명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이날 1시간쯤 진행된 심문에서는 공동 신청인 가운데 신 총괄회장 심문은 분리됐고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있어 피신청인 측 대표는 롯데쇼핑 이원준 대표가 아닌 감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양측이 다투는 쟁점이 복잡하고 서로 교환·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다고 판단해 오는 12월 2일 2차 심문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사건 이외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일본 법원에는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