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호텔롯데, 차입 단기화…기업신용·IPO 악영향? 기업어음 1.5조 돌파, 민간기업 최대…총차입금 급증 주범, 단기자금

황철 기자공개 2015-11-03 06:32:0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30일 0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차입구조가 빠른 속도로 단기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기업어음 잔액이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민간 기업 중 단연 최대 규모다. 최근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 이후에는 기업어음 등 단기조달 빈도가 더욱 늘었다.

단기차입금 폭증으로 인한 재무 안정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년말 대비 1조원 이상 폭증한 총차입금의 대부분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다. 향후 기업공개나 신용평가등의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1년 이하 단기물이라는 한계는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어음치고 제법 만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롯데 사태 이후에는 6개월~1년짜리 물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어음을 단기자금수지 매칭보다는 일반 운영자금이나 시설투자자금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기업어음, 운영·시설투자자금 유입?

29일 현재 호텔롯데의 기업어음 잔액은 1조5150억원에 달하고 있다. 민간 기업 중 경쟁상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독보적 규모다. 과거 3년물 장기 CP를 찍은 대우조선해양이 900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지만 차이가 크다. 공기업을 포함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 1조8000억원 외에는 호텔롯데를 따라갈 곳이 없다.

지난 8월에는 5000억원의 전자단기사채 한도를 설정해 단기조달통로도 넓혔다. 현재 전단채 잔액은 500억원이지만 향후 활용 빈도가 더욱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긴 만기물은 기업어음으로, 한달 이하 초단기물은 전단채를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실제로 호텔롯데의 기업어음 만기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현재 잔량의 43% 가량인 6500억원이 만기 6개월물~1년물로 구성돼 있다.

10월 들어서는 이같은 기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6일 6개월물 800억원을 발행했고 21일, 23일, 26일 연속으로 만기 1년짜리 물량으로 총 17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어음 시장에서 만기 1년물은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에 해당한다.

극심한 공모 기피증을 보여온 호텔롯데가 기업어음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만기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호텔롯데는 2014년 이후 단 한번의 공모채 발행도 없이 사모채나 기업어음, 전단채로만 시장성조달에 나섰다.

기업어음 만기가 늘고 있다는 것은 단기자금의 활용법이 변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단기적인 자금 공백을 메우는 수단보다 일반 운영자금이나 시설·지분투자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차입 단기화 심화, IPO 영향 없나

기업어음 만기가 길어져 1년에 근접한다 해도 CP는 CP일 뿐이다. 유동성 위험은 장기 회사채 중심의 조달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호텔롯데처럼 보유현금이 풍부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작은 시장의 충격에도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6월말 개별 기준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2조6006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년말 1조5359억원에서 6개월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단기차입금이 3710억원에서 1조1180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6월말 단기차입금은 모두 기업어음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잔액을 감안하면 차입구조 단기화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1501억원으로 호텔롯데의 15조에 달하는·자산 규모에 비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차입금과 비교한 유동성 대응 능력 또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기조달 중심의 차입금 폭증은 향후 진행할 기업공개 과정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용평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투자 부담이 상존하고 국내외 사업 확장 등에도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차입에만 집중할 경우 향후 IPO 등의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