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 '유통→화학' 색깔 바뀌나 3조 빅딜 등 화학부문 잇단 투자, '경쟁심화' 중장기간 포트폴리오 변화
길진홍 기자공개 2015-11-03 08:13:36
이 기사는 2015년 11월 02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 공룡기업 롯데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삼성그룹과 3조 원 규모의 화학부문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부문 중심의 소비재 산업을 기반으로 화학부문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일부에서는 최근 면세사업 경쟁 심화와 중국 등 해외 실적 악화 등 중장기간 유통부문 매출 정체와 맞물려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31.5%(삼성BP 화학 지분 49% 포함)와 삼성SDI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 지분 90%를 인수키로 결의했다. 인수대금은 삼성SDI케미칼 2조 3265억 원, 삼성정밀화학 4650억 원 등 모두 2조 7915억 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부 유보자금과 외부차입 등을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거래종결 시한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9개월이다. 인수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791억 원을 선 지급하고, 잔금은 내년 7월 30일까지 완납하는 조건이다. 연내 인수 실사와 내년 1분기 기업결함신고 등을 거쳐 거래가 종결된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분야에 진출, 종합화학회사 면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롯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통과 화학부문 등 2개축으로 사실상 재편됐다.
|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 9000억 원이다. 이번에 인수하는 3개사의 매출 4조 3000억 원을 합치면 화학분야 매출이 20조 원에 육박한다. 이는 작년 롯데그룹 전체 매출(81조 원)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18년까지 화학부문 매출액이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작년 매출과 비교화면 전체 매출의 절반가까이를 화학부문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빅딜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갱신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데서 의미하는 게 적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빅딜을 제안한 지난 7월 당시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이 열렸다. 이미 신규 면세점 입찰과 병행해 화학사업 투자를 계획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롯데쇼핑 등의 중국 유통사업 대규모 적자가 드러났다. 유통부문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가운데 물밑에서 화학부문 투자와 강화 방안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셈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부문의 경우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롯데그룹 매출은 81조 원으로 이 가운데 43%인 34조 원가량이 유통부문에서 나왔다. 2010년 롯데그룹 전체 매출은 62조 원으로 유통부문 매출이 37%인 23조 원에 달했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의 실적을 기반으로 해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다만 면세점 등 특정부문 매출 쏠림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호텔롯데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을 면세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호텔롯데는 면세부문에서만 4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4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12.5%에 달하는 수치다. 유통부문 영업이익 1조 3400억 원의 30%가 면세부문에서 나왔다. 면세사업 특허권 갱신이 불발되거나 경쟁 심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할 경우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화학부문의 경우 지속적으로 매출 증대와 더불어 수익성이 증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1년 12조 4000억 원에 그쳤다. 2011년 15조 6000억 원, 2012년 15조 9000억 원, 2013년 16조 4000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이를 보였다. 2014년 매출이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잇단 투자로 올해 매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2010년 이후 연 4000억 원 안팎을 실현하고 있다. 삼성 계열 화학부문이 추가될 경우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수익성이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포트폴리오는 이미 유통과 화학 양대 축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며 "이번 빅딜은 화학부문 사업 다변화와 강화를 의미하며, 중장기간 유통부문을 축소하거나 접을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