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 둘러싼 악재, 흥행 가능할까 삼성그룹 지분율 22% 불과...실권부담 줄여줄 기관투자가도 부재
이길용 기자공개 2015-11-05 10:30:00
이 기사는 2015년 11월 03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산적한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총액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을 증자로 조달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분율이 20% 수준에에 불과해 일반 주주들의 물량 소화 부담이 상당하다. 우리사주조합 청약도 내부적으로 독려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주요주주 중에서 기관투자가가 없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5%가 넘는 기관투자가들이 존재할 경우 증자에 불참하더라도 신주인수권을 블록딜로 매각해 실권주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주요 주주가 없다. 신용도가 저하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 어려운 점도 유상증자에는 악재다.
◇ 삼성그룹 지분율 22% 불과...우리사주 청약 불투명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1조 334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1조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30일 국내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3일 삼성엔지니어링 종가 1만 8500원을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7400억 원이다. 목표 증자 금액 1조 2000억 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증자 비율이 150%를 넘어야 한다. 대규모 증자 신주가 풀리기 때문에 삼성그룹에서 많은 물량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대 주주 삼성SDI와 2대 주주 삼성 물산의 지분율은 각각 13.1%와 7.81%에 불과하다. 초과 청약 제도를 이용해 5%를 추가로 더 책임지더라도 75%에 달하는 물량을 일반 주주들이 소화해야 한다. 물량 부담뿐 아니라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공식적으로 증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실권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우리사주조합에 증자 물량의 20%인 2400억 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아직 1인당 납입금액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대리급은 4000만 원, 임원급은 1억 원 이상이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증자 참여를 독려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아 우리사주조합에서 배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할지는 미지수다.
◇ 주요주주 부재, 신주인수권 처분 어려워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SDI와 삼성물산 외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가 없다. 주요주주가 존재할 경우 증자에 불참하더라도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증자에 참여할 주주를 구할 수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3년 7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시 최대주주인 정부(지분율 26.86%)는 증자 참여를 선언했지만 주요 주주인 한국전력(24.46%)과 서울특별시(9.48%) 등은 불참을 선언했다. 증자 물량의 약 75%를 일반 주주들이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지만 당시 주관사단은 증자에 불참하는 주요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실권 부담을 최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는 지원 성격이 강해 대주주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지분율이 낮아 증자 흥행이 쉽지 않다"며 "주요 주주들이 존재한다면 신주인수권 매각으로 실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신용등급 BBB 강등, 기관투자가 투자 어려워...국민연금도 외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면서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됐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 검토'가 달렸다. 주식 투자와 신용등급의 연관 관계는 떨어지지만 2013년에 이어 대규모 손실을 낸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할 기관투자가를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춘 점이 이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다. 국민연금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41만 7642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5.01%에서 3.9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성이 보이지 않고 대규모 손실 인식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며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성공적으로 증자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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