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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명암, 동쪽만 살았다 [판교상권 탐방]①동판교는 자족도시 요건 갖춰…서판교는 베드타운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1-30 16:56:53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6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2년 판교는 서울 강남 못지않은 가격으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강남에 버금가는 상권으로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3년이 지난 뒤, 현실은 어떨까. 지난 11일 찾아간 판교 상권은 결과적으로 기대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동쪽과 서쪽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상권 활성화의 핵심, 판교테크노밸리

판교 상권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지역은 판교테크노밸리 남쪽의 판교역 주변 상가다. 이중 판교역 1번 출구로 나와 맞은편에 위치한 5~6개의 건물의 상가가 성업 중이다. 판교역 푸르지오시티, KCC 웰츠타워, 효성해링턴타워, LUXTOWER 등이다. 건물 매매가가 평당 8000만원에서 1억 원 수준이다.

이 지역 건물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 IT와 게임업체 직원들이 지하철 판교역이나 대로변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이날도 오후 6시가 넘자 캐주얼 복장의 직장인들이 봇들천에 위치한 다리를 건너 이 지역 상가를 지나갔다. 오후 7시가 넘자 대부분의 술집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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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상가의 전경.

판교역과 맞닿아 있는 곳은 알파돔시티다. 총 8개 필지로 나눠지는데 이중 현대백화점만 입주한 상태다. 나머지 7곳 중 2곳은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특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건물 외벽에는 "알파돔시티 C블록의 판매시설은 일반분양을 하지 않으니 분양과 관련한 분양대행권, 투자자 모집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 지역의 부동산 투자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판교테크노밸리 근처 상권을 불야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판교테크노밸리와 맞닿아 있는 유스페이스몰 2층과 3층에는 상가 임대 및 분양 현수막이 걸려있다. 빌딩 곳곳에는 빈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판교역 주변을 제외하면 동판교의 상권 매매가는 5000만원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우선 판교역 사거리를 기점으로 동쪽에 아비뉴프랑과 푸르지오 월드파크가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와 달리 타깃은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단위 고객이다. 이들 상가에는 술집이 거의 없고 음식점과 화장품 가게, 미용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판교_상권분석
판교 상권 분석.

◇서판교, 거리도 한산해

서판교는 동판교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파트 단지 수가 확연히 적은 반면, 단독주택이 많았다. 영화배우 탕웨이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홍명보 전 감독 등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몇몇 단독주택 단지는 사진촬영도 금지시킬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이곳의 상권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눠진다. 우선 가장 큰 대로인 운중로 좌우로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다. 건물 곳곳에 임대와 분양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한눈에 봐도 공실률이 높아 보였다. 대로변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고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딱히 상권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이곳의 건물 매매가는 평당 4000만원이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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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판교 운중로 대로변. 좌측에 분양·임대 광고 현수막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나마 서판교 초입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성남시판교도서관 인근에 소규모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인근 지역 학생들이 많이 모여든다고 한다. 주변에는 학생들을 겨냥한 중국음식점, 패스트푸드, 분식집, 카페 등이 위치했다. 이 지역 역시 카페거리 조성을 내걸었지만 프랜차이즈 카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독주택 인근에는 근린상가조차 없었다. 아파트 단지 앞에 2층 규모의 작은 상가가 몇 곳 있을 뿐이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유민준 부동산팀장은 동판교와 서판교의 차이점은 도시로서 자생력을 갖췄는지 여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지하철, 백화점 등 업무단지와 상업시설, 주거단지, 대중교통이 고루 갖춰진 자족도시"라며 "반면 서판교는 도로가 잘 정비됐다는 것을 제외하면 갖춰진 것이 없는 전형적인 전원주택 단지"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서판교에 판교테크노밸리나 시청과 같은 업무단지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분당과 마찬가지로 베드타운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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