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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진해운 백기사 나서나 자산매각 자금으로 BW 상환, 장기불황 대비 자본확충 필요

박창현 기자공개 2015-11-19 08:25:10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7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다시 한 번 한진해운 백기사로 나설지 시장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비핵심 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모았지만 이 여윳돈은 조기 상환이 임박한 부채를 갚는데 써야 하는 실정이다. 장기 불황과 이자 비용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만큼 대주주의 추가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보유 자산을 대거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먼저 관계회사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181만 주(17.2%)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할 계획이다. 처분금액은 1203억 원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벌크선 사업부를 분할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한 후, 경영권 지분 77.8%를 3160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팔았다. 나머지 22.2%를 들고 있던 한진해운이 이번에 다시 보유 지분 일부를 팔기로 결정한 셈이다. 처분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알짜 자회사 '한진해운신항만'도 매각한다. 한진해운은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198만 857주(50%+1주)를 또 계열사인 ㈜한진에 팔기로 했다. 처분금액은 1354억 원이며 거래 일자는 오는 30일이다. 이 밖에 최근 담보가 해지된 선박 4척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선박의 담보 가치는 400억 원 수준이다.

해당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진해운은 약 300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금은 곧바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5월 한진해운은 300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만기까지는 아직 1년 6개월 여가 남았지만 투자자들은 오는 23일에 첫번째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6450원을 크게 밑돌면서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진해운 주가는 해운업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들어 4000원 대에 형성되고 있다.

자구 노력으로 올해 BW 상환 계획까지는 마련했지만 수 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은 향후에도 한진해운 재무구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차입금 규모는 총 5조 9600억 원에 달한다. 차입금은 회사채 1조 8500억 원, 선박금융 2조 7200억 원. 매출채권유동화 차입금 3100억 원, 그 외 장단기차입금 1조 100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만 1조 5000억 원이 넘는다.

높은 차입금 의존도는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만 4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업황 부진에 이자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지난 2013년과 지난해 두 해 동안 누적된 손실만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

대규모 손실로 결손금이 늘어나면서 한진해운은 지난해부터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신용평가기관도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 대비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고 판단,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결국 단기간 내 업황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고 자체 자구 계획 역시 한계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모기업의 신규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 최대주주는 지분 33.23%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6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한진해운에 4000억 원의 자본금을 출자했다. 이 출자금 덕택에 그나마 자금 사정에 숨통이 틔였다.

다만 대한항공 사정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한항공은 저가 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와 메르스 사태 등 외부 변수 여파로 수년 째 실적이 정체돼 있다. 여기에 외화환산순손실(5955억 원)과 유형자산 처분 손실(692억 원) 등 영업외손실 확대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액만 795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업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한항공도 자회사 자금 지원에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지원 리스크는 대표적인 대한항공 투자 불안 요인 중 하나"라며 "자구 노력 이후에도 해운 업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결국 대한항공이 가장 직접적으로 유동성 공급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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