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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자회사 영구채, 자본성 '無' 재무부담만 '가중' 유럽법인 3억달러, 신평사 자본인정비율 '0'…실질적 선순위 차입금

이길용 기자공개 2015-12-17 15:27:53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6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 유럽 자회사가 발행한 3억 달러 규모 외화 영구채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자본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처리가 자본으로 계상되는 영구채를 발행해 지표상 부채비율을 낮추는데만 초점을 맞춘 결과다. 신평사들이 요구하는 자본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크레딧 측면에서 보나 경제적 실질 면에서 보나 이번 영구채는 자본으로 볼 근거를 전쳐 찾을 수 없는 차입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본 확충의 긍정적 효과는커녕 재무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해외 자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는 그대로 두산중공업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두산파워시스템(Doosan Power Systems S.A., 이하 DPS S.A.)은 지난 2일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프라이싱을 마쳤다. 영구채 만기는 30년이며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3년 후 행사가 가능하다. 스텝업(Step-up) 금리는 140bp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DPS S.A. 영구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줬다. 두산중공업이 3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수출입은행이 이 채권을 인수하는 구조다. 두산중공업은 반대 급부로 두산엔진(지분율 42.66%)과 두산인프라코어(36.4%) 지분 보유 전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금리는 미국 3년 만기 국채 수익률(3T)dp 13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당시 수출입은행 기존 유통 채권 금리와 비교했을 때 약 40bp 정도의 가산금리를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의 보증으로 조달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DPS S.A.는 두산중공업 유럽 지역 자회사들의 지주회사로 룩셈부르크에 위치해 있으며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은 1조 4415억 원, 부채는 1조 3173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실적부진과 유럽 지역에서의 구조조정 등으로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자회사들의 수주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본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자체로만 보면 수출입은행의 크레딧 제공으로 높은 신용도를 유지할 만한 구조를 가졌다.

문제는 DPS S.A.의 영구채는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콜 옵션 행사 기한, 스텝업 조항 등을 감안할 때 크레딧 관점에서 자본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신평사로부터 자본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재무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차입금이라는 뜻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콜 옵션 행사 시점이 3년으로 짧고 스텝업은 100bp를 넘는다. 후순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실상의 선순위 채권으로 국제 신용평가사(Moodys, Fitch, S&P)들로부터 자본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기본적인 영구채 구조만 갖춰 임의로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만 집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게 평정 받은 이슈어 등급도 없는 만큼 신평사들의 자본 인정 비율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도 자본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할 전망이다. 신평사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 만기의 영구성 △ 이자지급의 임의성 △ 후순위성 등 세 가지 기준을 중점적으로 자본 인정 비율을 산출한다. 정확한 사채 계약 내용은 파악되지 않지만 현재 알려진 정보만으로 판단했을 때 자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연결 기준 조정 차입금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신평사들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영구채는 실질적인 차입금으로 봐야 한다.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빚을 늘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인정 비율은 국내외 신평사들 모두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다만 자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영구채는 빚을 늘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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